문득 이맘때가 되니 오랜만에 생각나서 문갤 들어와봤네요


몇 년전에는 신춘문예 관련해서 글 썼다가 개념글도 가고 그게 신기해서 또 이런저런 주제넘은 조언 썼다가 또 비추없이 개념글을 가고,


그렇게 '디씨인'이 되는 건가 하다가 아차 싶어 한동안 안 왔는데 신춘 시즌이 와서 한 번 들렀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으셨기를 바라고, 아니라면 다음에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전에는 밥들 잘 챙겨 먹고 계시라고 했는데 지금은 다들 잘 드시면서 기다리고 계신 것 같네요. 그 사이에 트렌드가 바뀐 건지... 3년? 4년 전에는 식음을 전폐하고 계신 분들이 많았더랬죠ㅎ


여튼 조금 와전이랄까 왜곡이랄까 그런 정보들이 눈에 띄어서 굳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 통보날짜.

물론 정말로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죠. 어떤 분들 말마따나 전화를 해봤더니, 혹은 지인의 카더라를 통해 오늘로서 중앙지의 모든 신춘문예가 끝이 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한창 신춘문예를 준비할 때는 아니었어요. 그런 추이가 쉽게 변했으리라고는 생각 안 합니다.

23일까지는 기다려보시기를 권합니다. 네, 희망고문일 수도 있겠죠. 어쩌면 제가 지금 하는 말 때문에 더 괴로울 수도 있겠지만 제 경험상으로는 그렇습니다.

주위에 앞자리가 2 넘어간 뒤에야 당선 소식을 받은 사람도 있고, 저 또한 넷 째주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가 알기로 본심심사는 신문사에서 날짜를 딱 정해두는 게 아닙니다. 심사위원들의 스케줄에 따라 좀 변할 때도 있죠. 어차피 공개 날짜는 1월 2일이잖아요? 편집하고 싣는 데는 이틀이면 충분합니다. 속보가 바로 다음날 종이신문에 실리는 거 생각해보면 되죠. 다만 신춘문예 당선자들은 모여서 사진을 찍을 시간이 필요한 건데 이 또한 일주일이면 됩니다.

그러니까 아직 안 끝났다고 믿고 싶은 분이 계시면 그렇게 믿으시면 되고, 다 끝났다고 믿고 싶으신 분이 계시면 그렇게 믿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요는 분명 중앙지 중에 심사가 안 끝난 곳이 있을 거라는 겁니다. 특히 소설 부문은요.


2. 분량.

공모요강에 100매 내외라고 되어 있어서 내지 않으려는 분이 있네요. 분량에 민감한 다른 분들도 보이고요. 분량은 정말 상관 안 하셔도 됩니다.

심사위원 중에 분량 생각하면서 읽는 사람 없고요(줄간격의 차이 때문에 심사위원이 받은 10페이지 원고와 15페이지 원고의 실제 매수는 같을 수도 있고 다들 이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분량 때문에 탈락시키는 일도 없습니다. 10퍼센트 내외를 맞추지 않고 그보다 훨씬 더 초과해도 괜찮습니다. 70매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됩니다.

한국에서 유독 단편소설 분량이 왜 80매 정도로 굳혀졌는지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분량을 많이 초과한 단편이 당선된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신 분도 계신 것 같은데 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건지 좀 의아하네요. 분량은 룰이 아닙니다. 실제로 공모 요강에는 분량을 지키지 않으면 '페널티' 정도가 발생할 수 있다고만 밝히는 곳도 꽤 됩니다.

그러니 문학과사회가 100매를 받는다고 해서 80매 정도 되는 소설을 굳이 다른 곳에 보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3. 자모.

요즘 자모 출신 작가들이 꽤 선전하는지라 관심들을 많이 가지고 계신 것 같네요. 저는 이제 글을 쓰지 않고 책을 내본 적도 없는 반쪽짜리 작가지만 여전히 독서모임은 활발하게 참여 중입니다. 최근 한국문학들을 계속 읽기도 하고, 이곳에 등단을 준비하는 분도 한 명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음과모음 신인상 공모요강을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등단 준비하는 분이 자모를 준비하려는 것 같아서요.

저는 일단 추천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우선 비슷한 시기의 현대문학, 문학과 사회에 비하면 아직은 탄탄하지 않은 것 같아서였어요. 소설 네 편을 쥐고 있으면 이 두 곳에 내는 게 더 나을 거라고 봅니다. 시기상의 이유로 현대문학, 문사에 낸 소설을 자모에도 내면 그건 중복투고니까 조심하시기바랍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상금 때문이었습니다. 500만원의 상금이 적은 거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여타 신춘문예 소설도 그정도 주니까요. 하지만 자모는 상금을 선인세 개념으로 줍니다. 이를 인지하시고 응모하시기 바랍니다. 자모 신인상에 원고를 보낸다는 건 상금을 선인세 개념으로 받는다는 겁니다.

이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보면 우선은 문학과사회와 현대문학에 더 힘을 쏟는 게 좋지 않을까 제 의견을 표했고 준비하시는 분도 동의했습니다.

물론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자모 출신 작가들의 선전이 끌린다면 자모에 내시면 되고 그 또한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쓰다보니 취향차이 같기도 하네요. 요즘 자모가 문예지를 잘 뽑기도 하고요.


4. 본심에 오른다는 것의 의미.

본심에 한 번도 못올랐다고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실 필요 없고, 본심에 올랐다고 그걸 본인 글쓰기의 지표로 해석할 필요도 없습니다. 글쓰기에 필요한 원동력을 본심 진출에서 얻는 건 좋지만요.

본심 한 번 못 오르고 당선된 후에 작가 활동을 잘 이어나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는 본심까지는 정말 운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잘 쓰는 친구가 매번 본심에도 못갔던 게 생각나네요. 결국 이 친구 등단하기는 했습니다.

자기 자신의 글이 어떤지는 자기객관화하는 능력을 키우거나 솔직하게 답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본심에 오르지 못했다고 '더' 낙담하시지 말기를 바랍니다.


5. 지방지와 중앙지의 차이.

네 물론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니 재등단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지방지로 등단하면 기회가 많이 안 찾아오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단 한 번의 청탁도 받지 못합니다. 그게 현실이기는 합니다. 화 나는 현실이죠. 왜 그런지에 대해 혹은 여기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말은 아끼겠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현실을 알고는 계시길 바랍니다. 보다 더 '안전'한 등단 루트가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신춘문예 중앙지보다는 메이저 문예지가 더 안전합니다. 문예지가 지면 한 두번이라도 더 챙겨주니까요. 그 문예지가 문학동네, 현대문학, 문학과사회, 창작과비평 + 자음과모음이면 정말 좋고요.


올 한 해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이 쓴 좋은 글을 어떤 식으로든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되면 신춘문예 리뷰를 짤막하게라도 올려보겠습니다. 독서모임에서 연초가 되면 꼭 같이 읽거든요^^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