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혜 -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내 여자친구는 비만입니다. 온 세상이 고통이라서 허기에게 늘 집니다. 우리는 방이 두 개고 화장실이 하나인 집에서 빨래를 개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목이 죄다 늘어난 티셔츠를 접다가 포근한 보리수보다 헤픈 바다를 사랑해서 단맛보다 짠맛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녀의 미소 짓는 얼굴은 염주보다 동그란데 모든 일이 헛되고 무상해서 새로 돋아날 수가 없고 그래서 다이어트를 할 겨를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창밖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홉 번 태어난다는 포동한 고양이를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전생으로 돌아가면 틀림없이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우리로는 태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그녀 없이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자 인자하게 웃으며 더 나은 위로는 없냐고 합니다. 한밤중에 불이 켜진 부엌에서 라면을 끓이다가 어떻게 겨우 네 글자로 영원불멸을 적을 수 있냐고 묻습니다. 물이 끓으면 그녀는 부드러운 손짓으로 가스 밸브를 잠급니다. 그러고는 라면의 면발이 지방으로 가는 인과의 고리라고 속삭입니다. 그녀는 살에 있어서는 관념론자입니다. 슬픔이 잦은 나를 위해 매일 밤 침대에 눕고 서러운 명상에 젖어 나를 안아줍니다. 그녀의 외로운 팔뚝은 혼자인데 자유자재입니다. 내 여자친구는 온 세상이 걸려 있는 그물의 시작입니다. 방이 어두워집니다. 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 스탠드를 켜고 뾰족하지 못한 글씨체로 자기소개서에 위에 씁니다. 취미는 살아 있기, 특기는고요하기라고요.







굉장히 잘 씀.. 불교의 개념을 무척 다양하게 가지고 왔는데, 자유자재, 망 이런 거까지 불교의 개념임. 그 개념을 가지고매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묘사를 하고 있음. 관념을 단지 관념으로 두지 않고 현실과 일상에서 직접적으로 닿는 것으로끌고 오는 묘사에 성공함. 언어 자체는 그런 일상성에 어울리게 무척 일상적임. 불교 용어 자체도 그런 걸로 고르거나 정비한 느낌이 듦. 예를 들어 인드라망 이런 말 안 쓰고 그냥 망이라고 했음. 그동안 불교 관념 끌어오는 구태의연한 어떤 시들에 비해서도 불교의 관념적인 사고를 잘 담고 있으면서도 일상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것으로 감각하게 함..고도의 수사학적 방식임.


'용'이 일상에서 비만인 여자친구와의 연애라면, '체'는 불교의 철학적인 관념이거나 혹은 오히려 용이 불교의 온갖 개념이고 체는 일상의 현실적이고 사소한듯 잘 해결 안 되는 비만이나 연애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음. 이런 이분법적 도식을 적용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상당히 철학적인 방식에 대한이해가 깊거나 그걸 활용할 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게하고




ㅇㅇ: 이 시에서 '그녀'는 어떻게 자유자재인가요?


ㅇㅇ: "그녀의 외로운 팔뚝은 혼자인데 자유자재입니다" 이 행에서 그녀는 천수천안관자재보살과 대칭성을 가지고 있음. 어느 정도 불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이미지가 구성될 거 같음. 천수천안 관자재 보살은 손이 천 개 눈이 천 개 있어서 어디든 위험에 처해서 도움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어서 자신을 부르면 자유자재로 그 곳에 가서 사람을 구한다는 보살임. 여기서 여친은 천 개의 손이 있지 않고 "외로운 팔뚝은 혼자인데" 자유자재로 시의 화자를 구원한다는 얘기지. 앞 구절 "슬픔이 많은 나를...안아줍니다" 뒷구절" 내 여자친구는 온 세상이 걸려 있는 그물의 시작입니다"가 그런 맥락을 호응하여 이루고.




밑에 글 있길래 다시 올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