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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으로 순환하는 너와 나의 설원, 그리고 파라다이스 혹은 샴쌍둥이
 

 

 

 

 

아뇨, 설원 끝으로 가요

켄과 메리 나무 앞에 세워주세요

 

초인종이 울린다 투명하고 세속적인 밤이 타닥인다 서력기원부터 쌓인 첫눈이 유리에 가득하다 닿는 건 가져가렴,

 

나는 가만히 젖는다 말린 종이처럼 눅눅해진 나무의 체질처럼

 

첫눈이 되고 싶어

 

깍지를 낀다 신기루도감에는 잠들지 않은 순록이 세기를 기다린다 몸을 포개볼까 고매한 책갈피가 될까 서기를 기록할까 세상 끝으로 가면 녹슨 율령을 새긴 내가 물기 없이 말라가겠다

 

춥진 않니?

 

초인종이 울린다 망설이다가 어항에 눕는다 물비린내가 난다 어항은 물고기를 믿지 않는다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

 

물이 오래 고인다면 젤리가 될지 모르지 말캉한 몸을 가진 켄과 메리는 하나의 길을 찾았을까 통조림으로 저녁을 때우고 그 안에서 잠을 잔다 빈 캔을 뒤집으니 젤리 속에 갇힌 내가 떨어진다

 

첫눈이 따뜻하면 좋겠어

 

그리하여 어항이 따뜻하면 좋겠어 금붕어가 따뜻하면 좋겠어

 

초인종이 울린다 투명하고 세속적인 밤이 시작될 때 나는 나를 찾고 나를 맞이한다 안녕, 위태로운 피부가 깨진다 밤이 말라간다 극지의 오로라가 몸을 펼친다 근사한 지느러미가 결정체로 남는다면

 

나는 설원의 행성이 되어야겠다 불온한 내가 나를 기다리는 곳에서,

 

빙하의 결말이 첫눈이라는 말, 순록은 결빙된 입김에서 달리고

초인종이 울린다 문을 열자 내가 서있다

 

우리의 탯줄과 켄과 메리 나무 아래 두고 온 이름을 생각한다

 

내 뒷모습은 어땠었나 고갈되지 않은 두 개의 낙원이 팽창한다 낮과 밤이 일시에 요약된다

 

초인종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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