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친구에게 편지가 왔다. 국민학교 졸업 30주년 기념식에서 축시를 읽었다. 먼저 죽은 친구들 이름 차례차례 호명하여 가엾은 영혼들 부를 때 나는 그 친구 이름 불렀다. 그리고 오래 잊혔는데 죽은 친구가 편지를 보냈다. 국가가 약으로 병든 국민을 강제 구금해 치료하는 기관에서 온 편지였다. 그건 누런 갱지에 가득 쓴 해독 불가한 난수표였다. 다른 별에서 온 편지였다. 시로 사망선고를 내린 나에게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보낸 항소의 불빛이었다. 보내온 주소 어렵게 읽어낼 수 있었지만 답장 보내지 못했다. 세상이 이구동성으로 사망 선고한 그 친구, 그 소외의 오래고 단단한 붉은 벽 부수고 부활시킬 판결문 나는 쓸 수 없었다. 두려웠다. 아니다. 나는 비겁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