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다가 생각이 든 건데
전문적인 시의 형식 안에 인스타 시인들이 쓸법한 문장들이 김칫속처럼 들어가있음...그게 오히려 사람들 취향에 맞는 건지.
함부로 세계를 넓히고 이것저것 끌어오고 싶을만한데 그런거는 최대한 억제하고 자기 곤조대로 가는 건 확실히 전문가답고 장점임
근데 사유가 들어있으면 하는 자리에 인스타 감성이 들어가 있어서 요즘에는 읽힐 지 몰라도..오래 읽히려면 사유가 필요할텐데
공장 느낌으로 시를 잘 뽑아내는 거 같음, 균일하고 프로답게, 시 답게. 그래서 사람과 삶의 찐득한 그런 건 별로 없음
마지막 시집은 다르다던데 그거도 읽어볼 생각
인스타 감성을 그 수준으로 뽑아내는 것도 재능임 - dc App
근데 원래 그게 잘쓰는 1급 시인의 비법이야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그래, 나는 소리없이 오래 찔렸다" "밥만 먹어도 내가 참 모질다고 느낀다" "긴 인생을 틀린 맞춤법으로 살았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성복, 최승자, 김소연, 이제니의 문장임 심지어 문갤이 물고 빠는 이준규 황병승만 봐도 "어디였을까 내가 자세히 그리워하지 않은 곳이" "이제부터는 연애에 관한 이야기 뿐이다" 이렇게 쓺.
문갤에서 물고 빠는ㅋㅋㅋ
생각해 보면 진짜 그렇네.. 나는 오늘 고케시를 보았다. 일본 인형이다. 나는 그것을 너에게 주고 싶다. 귀엽고 오래되고 조금 두려운 것으로. 그날, 비는 내리지 않았다. 나는 너에게 나의 숲을 주고 싶었다. 조금도 두렵지 않은 완전한 숲을. //// 복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복도에서 벗어나 문을 열고 마루로 진입해야 한다, 나는 복도에 문득 서 있었다, 복도의 다른 끝에 당신이 있었다, 내가 있었다, 복도는 너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복도, 우리의 시.- 이준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자신에게 들려주는 마지막 말처럼 쥐가 있던 피크닉 자리에서 힘내, 사랑하니까 꽃 덤불이 그려진 빨간 카드에 처음으로 한 줄을 적었다 //// 부끄러워요? 악수해요 당신의 손은 당신이 찢어버린 첫 페이지 속에 있어요 - 황병승
시집들 다시 읽어봐야겠다 고맙다
ㅎㅎ 재밌는 얘기 해줬네. 대체로 맞는 말임 중요한 건 이런 사회적 인지에 잘 융화하는 발화와 시적 사유 체계 간에 어떻게 attachment를 만드느냐 애초에 인스타 감성… 같은 게 아니긴 해 수준이 있고 말의 저변이라는 게 있음
그런데 이 문갤이라는 곳이 이준규 황병승을 물고 빤다는 게 뭔가 밈화를 거친 조롱받는 물고 빨기인 거야? 난 여기 안 와봐서 모름 둘은 실제로 훌륭한 시인들인데
감성만 따졌을땐 사람 감성 다 거기서 거기라 이미지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봐야지, 쌓고 부수면서 새 층위로 넘어가거나 무화시키거나 방향은 제각각이겠으나... 반대 예시를 들자면 황인찬 시 중에 그것을 생각하자 그것이 사라졌다 이런 문장은 슥 읽기엔 참 쉬운 거 같은데 깊게 파보면 철학적이지. 두 층위를 걸쳐놓았기 때문에... 두서없긴 한데 감성은 거기서 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