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5




서울숲을 걸었다. 너는 서울숲이 숲이 아니라고 했다. 노력으로도 안 되는 게 있다고 네 말이 옳다고 했다.

 

서울숲엔 사람이 많았다. 서울숲엔 사슴이 많았다. 너는 저 사슴이 사슴이 아니라고 했다. 주는 걸 받아먹으니까 사슴 다섯 마리가 철창 앞에 모여 있었다. 네 말이 옳다고 했다.

 

매점과 야외무대를 지나 선착장으로 갔다. 유람을 마친 사람들의 얼굴에 의욕이 가득했다. 우리가 될까. 우리가 저렇게 될까. 너는 저것이 얼굴이 아니라고 했다. 정말로 그 많던 얼굴이 하나씩, 하나씩 허물어지고 있었다. 네가 하는 모든 말이 옳고 너는 한 번도 틀리지 않았구나

 

허물어지던 얼굴이 이제는 강으로 굴러갔다. 나도 노력하고 싶어. 그건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건데. 너를 뒤따르며 조용히 말했다. 숲은 숲이라고. 금방 어두워진다고. 날이 저물고 있었다. 서울숲을 걸었다. 사람과 사슴이 사는

 

저 아파트 높다

 

너는 꼭대기 층을 무심히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