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머리가 적당히 길고 나와 키가 비슷한 여자가 인공호수의 경계를 따라 걸어온다 외발자전거를 타던 자세가 남아있고 부서진 헬멧은 부서짐을 흘리는 중 균형 잡힌 두 팔에서

창틀이 햇빛을 사분할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대신 얼굴이 떨어지는 밤

입맞춤은 종소리를 동반한다고 하나 지휘자는 말했다
흔들리는 것은 고이고 썩기 마련입니다 먼지 쌓인 샹들리에를 보셨죠
악기라면 있습니다 플룻과 하프 둘 중 하나를 고르세요

그러나 불거나 켜면
잃어버린 열쇠뭉치가 생각났다

내가 아닌 팔이 창을 가리고 눈부시다고 투정 부릴 때가 있다 지난 밤 건조대는 얼마나 많은 바람을 겪었을까 괘종시계를 설득하려면 꼭 뻐꾸기와 나팔수가 필요한 걸까

불 꺼진 대공연장
혼자 남아 지휘 연습하던 아이는 곧 붙잡혀 나온다

모든 지휘자가 지휘봉을 쓰지는 않는다길래 그랬어요
그건 그렇고 일제히 내려갔다 올라가는 바이올린 활들을 본 적이 있나요

피아노 협주곡 제 3번
마지막 음을 마치는 순간
박수와 함성과 천삼백 개 얼굴들이 떨어지고

나는 피아니스트의 얼굴을 본다
손을 지탱하는 두 팔을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