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머리가 적당히 길고 나와 키가 비슷한 여자)가 인공호수의 경계를 따라 걸어온다 외발자전거를 타던 자세가 남아있고 부서진 헬멧은 부서짐을 흘리는 중 균형 잡힌 두 팔에서
'성질의 동일성'/ 근데 던져놓고 호응을 안해. 첫 줄부터 힘이 약한 티를 내는 거.
이렇게 툭 던져놓고 호응 안 할거면 그냥 여자라고 해도 의미 상 전혀 문제 없어. 시적인 의미가 형성되지 못하니까
그리고 정황 묘사.
남아있고 부서진 헬멧은 <부서짐>을 흘리는 중
/남아있고 부서진 헬멧은 <파편>을 흘리는 중
파편으로 치환되는 힘없는 비유.
그냥 파편을 다른 단어로 바꾸어 쓴 것이라서 힘이 없음. 더 깊게.
창틀이 햇빛을 사분할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창틀: 창문을 달기 위한 틀.)
햇빛-여자를 창틀에 비유해서-유리라고 불려야 마땅할 어떤 가공의 막을 만든 건 좋은데,
문제는 여기서 쓰인 시어인 창틀이 너가 말하는 창틀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창문의 격자 <4분할 하려면 당연히 격자여야지.>
를 말하려고 한 걸 힘이 없어서 그냥 창틀이라고 해버리고 끝내버린 거야.
물론 단순히 창문의 격자라고 쓰라는 게 아니라. 단어 뜻에 맞게, 정확하게, 그리고 시어로 구축하는 노력까지 해야된다는 거.
대신 얼굴이 떨어지는 밤
(나쁘진 않은데 그렇다고 좋은 문장도 아니야. 얼굴에서든 밤에서든 더 깊게 들어갈수 있는데 문장의 층위 자체가 얕아서 정서가 안 읽혀)
<입맞춤>은 종소리를 동반한다고 하나 지휘자는 말했다
입맞춤: 얼굴에서 온 거.
종소리: 떨어지는 움직임에서 연상된 거.
어디서 왔는지 바로 읽혀버리면 안됌 비유의 의미를 형성 하지 못한 거임.
아까도 사실 의미론적으로만 보면 굳이 부서진 헬멧이 파편을 흘린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어.
전반적으로 힘이 없음...
(일정 깊이=층위를 지나는 정서 혹은 의미)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비유의 의미:가치를 형성>하기 위해서 시집 읽어보면 비유 텍스트가 대부분 길이가 일정한 경향이 있는 거
흔들리는 것은 고이고 썩기 마련입니다 먼지 쌓인 샹들리에를 보셨죠
<샹들리에는 무거워서 흔들리는 이미지가 얕고, 먼지 쌓인 거-고이고 썩은 거랑은 완전 반대 개념임. 보통 안 고이고 안 썩는 거에 먼지가 쌓이지. 이건 솔직히 게으른 거.>
악기라면 있습니다 플룻과 하프 둘 중 하나를 고르세요
<뒤에서는 받쳐주는데 앞에서는 안 받쳐줘. 그래서 호응이 부실해.>
그러나 불거나 켜면
잃어버린 열쇠뭉치가 생각났다
<~나~면 ~가 났다> 익숙한 문법이지만 문장 자체는 괜찮아
내가 아닌 팔이 창을 가리고 눈부시다고 투정 부릴 때가 있다
<앞에서 제시한 언술은 앞에서 호응이 없었는데, 이건 제시 자체가 정서를 환기하면서 앞에서의 호응을 대신해주지만 뒤에서의 호응이 약함. >
지난 밤 건조대는 얼마나 많은 바람을 겪었을까
<당연하고 뚱딴지 같은 언술. 건조대가 바람을 겪는 것은 당연하고 의미가 없으므로, 신파적인 감정 밖에 안 읽힘.>
괘종시계를 설득하려면 꼭 뻐꾸기와 나팔수가 필요한 걸까
<마찬가지. '부서짐'을 흘린다는 식의 현실을 파고들지 못하는 무기력한 실수를 계속 반복해. 그냥 이미 존재하는 현실에 업혀. 힘이 없어서.>
불 꺼진 대공연장
혼자 남아 지휘 연습하던 아이는 곧 붙잡혀 나온다
<이미지 제시>: 이번에는 앞 뒤 호응 다 괜찮아.
앞: 불 꺼진 대공연장이라는 배경 제시를 통해서 읽는 사람-독자가 뒤에 나올 동적인 이미지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게 해주니까.
뒤: 모든 지휘자가 지휘봉을 쓰지는 않는다길래- 도 솔직히 그 자체로써는 약하지만 뒤를 호응하는 역할만 생각하면 괜찮아. 그렇다고 약하지 않은 문장이라는 건 아니야.
모든 지휘자가 지휘봉을 쓰지는 않는다길래 그랬어요
<성긴 언술은 어쩌라고, 라는 말이 먼저 나옴. >
<모든 지휘자가 지휘봉을 쓰지는 않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이게 왜 이런 거냐면, 실제로 모든 지휘자가 지휘봉을 쓰지는 않는 게 사실이라서,
당연한 사실에 그냥 업혀가려고 해서 그래.>
<창작자는 어디에>
그건 그렇고 일제히 내려갔다 올라가는 바이올린 활들을 본 적이 있나요
<좋은 문장이야. 그건 그렇고- 있나요. 도 아까랑 마찬가지로 분명히 레퍼가 바로 느껴지는 문장 구성인데 그래도 장면 제시는 개인적이니까 좋아.>
피아노 협주곡 제 3번
<고질적인 약한 호응.>
<파아노 협주곡이던 바이올린 협주곡이던 뭔 상관이 있고 무슨 의미변화가 있어? 심지어 탬버린 협주곡이라고 해도 마찬가지.>
마지막 음을 마치는 순간
<더 힘을 주면 좋을 표현 지금으로써는 그냥 사실 의미적으로는 있으나 마나야.>
박수와 함성과 천삼백 개 얼굴들이 떨어지고
<업혀가려고 함.>
나는 피아니스트의 얼굴을 본다
손을 지탱하는 두 팔을 알아본다
<손을 지탱하는 두 팔, 아까 언급한 거. 힘이 없어서 달려가기 싫다고 자꾸 현실을 약간 단어를 바꿔 말하는 정도로 업혀가려고 해 근데 아무도 시를 향해서 업어다주지 않아. 자꾸. 반복되는 실수임 이건.>
구성적으로. 봤을 때.
A. 이미지를 통한 질문을 통해서 메기고,
a1. 이미지로 받고.
a2 이미지로 받고.
B. 지휘자의 언술을 통해서 메기고,
b. 발화를 통해서 받고,
C. 내가 아닌 팔이 창을 가리고 눈부시다고 투정 부릴 때가 있다 지난 밤 건조대는 얼마나 많은 바람을 겪었을까 괘종시계를 설득하려면 꼭 뻐꾸기와 나팔수가 필요한 걸까
//구조적으로도 안 맞고, 의미로도 딱히 존재할 필요가 없는 감상(현작법에서 쓰는 의미로)적 구절.
D1. 절대적 관찰자 시점.
D2.
E1. 1인칭 시점.
E2. 마무리.
a1 a2가 굳이 구성상 나눠질 필요가 있음? 리듬이랑 구조성만 해침.
차라리 붙이는 게 시적인 정서적인 압력도 타이트해지고 강하게 다가와.
:구성 상으로도 훨씬 깔끔해지지.
A-a-B-b-D1-D2-E1-E2 로 가던가. 아니면 구성적으로 더 생각해서 너가 생각하는 괜찮은, 좋은 구성을 만들어. 지금은 안돼.
부탁드립니다 제가 싼 시도 이렇게 지적해주세요
간직하고 기억하고 있었고 항상 쓰는 사람을 존중함.

정성추야… 대체로 맞는 말임 잘 참고하면 다우은 씨가 도움을 많이 받겠네 둘을 꼽자면 빈약한 호응과 당연한 사실에 업혀가려는 서술이 문제라는 건데, 물론 시의 모든 부분이 다 표면적으로 확실한 연결을 지닐 필요는 없다. 출처도 모르고 해명되지도 않는 부분이 있는데 좋은 시는 많으니까(물론 잘 살펴보면 대부분 감각이 열어준 샛길임을 알게 됨).
시에 댓글로 썼듯이//제시하는 비서사적인 언술을 관통하는 감각이 없으면 그냥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영역에 머물러 종이들을 쌓아놓고 날카로운 정서로 관통시키지 않으면 종이들이 전부 흩어진다는 얘기
동의함. 근데 종이를 뚫는다는 비유에 당연히 따라오듯이 그 감각은 날카롭고 단단해야 함.
니네들을 만족시킬라믄 내가 글을 얼마나 잘 써야 하는 거니 ㅋ
그래서 무척 어려운 것이지. 첨언하자면 단어 활용 차원에서 시적으로 조작된 문장을 쓰려고 하지 않을 때 반응이 더 좋다는 점에 주목하면 좋을 것. 파편 흘리는 헬멧을 부서짐 흘리는 헬멧으로 쓸 이유가 없고, 몰래 공연장에 들어갔다가 잡힌 아이는 그 자체로 충분히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비유의 활달함이 아니라 (거의 소설적인 층위에서의) 내용과 구조.
아 댓글 이어서 쓰는 도중에 대댓글을 달았구나. ㅇㅇ 크게 다른 의견은 없어. 다우은 씨가 잘 읽고 성공적으로 적용하면 좋겠네. 근데 아마 이번에 보여준 이런 시를 쓰는 상태라면 뭔가 계기가 되는 색다른 독서 경험이 있어야 바뀔 것 같긴 해. 시에 대한 생각 자체를 전회시키는 그런 만남이 있어야.
중요한 것은 비유의 활달함이 아니라 (거의 소설적인 층위에서의) 내용과 구조.// 물론 이 시의 차원에서는 동의함.// 벗어나서는 좀 의견이 있는데, 아마도 동의할 듯? 인지언어학(요즘 관심 분야)에서 말하듯이 비유는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임(최소한 시에서는 참임.) 그리고 내가 아직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다루지 못하거나 못 보는 것들이 많은 듯..
무슨 말하는지 알겠음. 내 말은 비유의 활달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내용과 구조로 상상하고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이미 하나의 비유라는 것임. 님 말처럼 세계 인식의 근간이기 때문에 ㅇㅇ 시 독해라는 게 필연적으로 그렇게 됨.
동의함.
존중함.
나의 친애하는 센세
근데 됌이 아니라 됨이야 쓰니야…..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