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웬 어리석은 자가 던진 떡밥으로 한참을 논쟁했음

결국 그 자는

정통 문학은 재미 없고 웹소는 존잼이어서 성공했으니

문학은 웹소처럼 재미를 추구하고

웹으로 옮기는 시도를 해야 된다는 게 논지인 듯 했으나...

그 무지한 담장 속에서 이런 메시지를 읽는 것도 힘들었음

일단 그 자가 말하는 재미는 결국 취향의 문제기 때문에

문학이 추구하는 재미와 문학의 가치

그리고 웹소가 추구하는 가치와 웹소의 재미는 길게 댓글로 설명해서

별로 더 할 말이 없음

다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의견을 더 보태서 게시하고 싶음

왜냐면

일 할 게 남았는데 하기가 싫으니까 딴짓을 하고 싶네


일단 나름 웹소판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이 시장도 지금 상황이 영 좋지가 않음

웹소는 웹소 자체로도 돈을 벌지만 OSMU를 통해 노블코믹스 + 드라마화 + 영화화를 노리면서 성장함

물론 작가의 입장에선 2차 창작물로 넘어갔을 때 기하급수적인 돈을 버는 건 아님

근데 회사의 입장, 플랫폼의 입장에선 그게 맞음

웹소에서 1000원 벌었으면 노블코믹스로 10000원 벌고 드라마와 영화로 100000원

정말 더 성공하면 100000000원도 버는 거임

그렇게 번 사례가 진짜로 있냐고?


작년에 웹소판 전체가 두 손 모아 흥행을 기도하던 게 재벌집이었음

웹소판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인데다가

주연 배우 캐스팅과 PD와 작가 섭외도 좋고 제작사도 좋았지

만약 재벌집이 망했다면

우리나라 웹소 시장 전체의 OSMU가 무너질 정도의 대충격이었을 거임

다행인지 불행인지 재벌집은 꽤 성공을 거뒀음

다만...

이게 시장 전체를 살릴 정도의 성공은 아니었음 들인 돈이 너무 많았거든

투자금에 비해 애매한 성과가 나옴


길게 얘기했지만 현재 웹소판이 처한 상황은 미국발 고금리 + 김진태발 채권 시장 불안정에 따라

대출 받는 게 어려워져서 발생함

세상에 돈이 부족함

이제까지 투자를 뭘로 받았겠냐? 다 빚이었음

대부분의 OSMU 웹소 출판사들은 여기저기서 투자금 잘 따내는 게 사업 확장의 키워드였음

자기 자본이 건실한 회사가 거의 없음

모기업이 빵빵하거나, 투자금을 잘 따내거나, 어쨌거나 대출과 채무로 무럭무럭 몸집을 키웠다 이 얘기임

현재 판교 IT 및 스타트업이 다 위기란 얘기가 돌지?

웹소판이 바로 그 스타트업 종목들 중 하나라는 거임

어쨌거나 OSMU 시도해서 새로운 재벌집 키워내려면 돈이 필요한데

재벌집도 애매한 성과였고

진짜진짜 검증된 회사가 아니면 이제 투자금 따는 게 어려움

또한 코로나가 끝나고 경제 위기가 오히려 본격화되면서

물가 상승과 더불어 카카오페이지 및 주요 플랫폼의 매출이 직격타를 맞음

사람들이 모든 문화비를 줄이고 있고

웹소에 쓰는 돈도 줄이고 있음... 빌릴 돈도 없는데 버는 돈이 줄어드는 이중고임


어쩌면 웹소는 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음

관계자들 사이엔 위기감이 상당함

그런데 여기서 웬 멍청이가 일반 문학이 웹소의 재미를 추구해서 성공을 따라잡으라고 하니

솔직히 현역에 있는 입장에선 같잖고 어이가 없었음;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역시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옛날처럼 검증이 안 되거나, 역량이 조금 떨어지는 작가까지 출판사가 막 내주는 호시절이 지나버렸음

독자도 아무 작품이나 미친듯 읽던 메가 해비 독자가 거의 줄어드는 추세임

웹소도 레드오션이고 웹소처럼 재미를 추구한다? 그래서 성공한다?

웹소판에 그렇게 성공적으로 돈을 버는 작가 자체가 상위 10% 정도 밖에 없을 거고

그 10%의 노동량을 고려했을 때에

글먹을 한다는 자부심 외에 그들이 정말 노동만큼의 돈을 버는지는 고려해봐야 함


자, 여기서 일반 소설로 다시 돌아와서

일반 소설, 소위 순문 출판사들의 루틴과 산업 방식, 생태계는 

웹소랑 상당히 다르게 구성되어 있음


일단 순문 독자의 특징은

1. 작가 이름 빨에 현혹이 많이 됨

2. 어디에서 상 탔다는 소식에 현혹이 많이 됨

3. 내가 책 좀 읽는 독자라는 교양뽕을 원함

4. 책은 재미를 넘어서 내 교양과 지식에 도움이 되어야 함. 최근 SF 열풍도 이 연장에서 이해해야 함.

5. 에이 진정한 책은 종이지, 라는 생각이 아직도 있음


웹소 독자랑은 니즈가 완전히 다른 거임

웹소 독자가 상 탔다고 갑자기 ㅈㄴ 증가하는 거 봤냐?

작가 이름 빨? 아무 소용없다; 싱숑이라고 항상 전독시급 성공 하는 거 아니고

산경이라고 항상 재벌집급 성공을 하지 않는다

근데 순문은 아니다

한 번 고여버리면 시대에 엥간히 뒤쳐져서 도태되지 않는 이상 이름값이 거의 평생 간다

문갤 애들은 황병승을 아직도 찾고 있지 않니?

웹소의 독자가 1 ~ 2년 사이로 최애 작가, 최애 작품이 변한다면

순문의 독자는 옹고집이어서 한 번 꽂힌 작가, 작품을 평생 자신의 최애로 모시고 산다


또한, 순문 출판의 생태계는

을지로, 충무로, 파주, 강남출판단지 등 오프라인 거점을 통해서 형성되어있고

세계 각지의 도서전, 합평회, 낭독회, 대학, 도서관, 사설 강의, 독립 서점, 대형 서점 등

오프라인 커뮤니티와 오프라인 거점을 중심으로 구성이 된다

따라서 이 모든 걸 갑자기 웹으로 이전하는 건 무리가 있고

순문 독자들에게 그런 급격한 변화는 소위 출판사의 급이 떨어지는 모습으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순문 출판사가 그런 변화를 갑자기 할 이유도 없다

순문 출판이 돈이 안 된다고 가난라이팅을 하면서

저자에게 인세 10%를 지급하고, 편집자의 고혈을 쥐어짜며, 나라의 지원금을 타내며

무려 우리나라 문화계 전체에서 시장 규모 2위를 차지하는 것이 출판이기 때문이다... (명백히 말하지만 웹소 시장 제외다)

그들에게 있어서 웹소로 뛰어드는 모험보단

차라리 맨부커급 상을 타는 작가 몇 명을 더 육성하는 게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또한, 순문 작가들도 생각보다 웹소 성공에 관심이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1. 웹소 시장의 불안정성을 그들도 안다

2. 웹소가 그들에게 재미가 없다. 

3. 웹소의 노동량이 순문에 비해 너무 많다. 노동 대비 시급을 따진다면 웹소가 결코 돈을 많이 번다 말할 수가 없다.

4. 대부분의 작가는 겸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전업까지 하면서 웹소를 할 생각 같은 건 없다. 또한, 웹소는 전업이 아니면 상당히 뛰어들기 어렵다. 물론 상당히 웹소 작가도 겸업을 하긴 한다. (근데 그렇다면 진짜 웹소를 왜 해야 하는 거야?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웹소가 돈이 되어서 할 필요는 없다.)

5. 순문 작가는 자신의 커리어를 교수나 강사로 확장하고 싶어하는 경우들이 있다. 웹소는 그런 확장이 상당히 어렵다.


정리하자면

웹소의 성공에는 거품이 상당히 끼어있고 그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다

웹소 작가는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지만 노동 대비 시급으로 산정한다면 그닥이다

순문은 가난라이팅을 하며 생각보다 돈을 많이 벌고 있고 그들도 웹소 시장의 불안정성을 잘 알고 있다

순문 작가는 저 돈 받고 어떻게 사나 싶지만 지원금도 타고 겸업도 하고 알아서 잘 산다

순문 출판사는 셋으로 나뉜다. 1. 굳이 왜 참여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출판사 2. 참여할 깜냥도 안 되는 출판사 3. 간 보는 출판사


그러니

결론

웹소를 쓰고 싶다면 웹소를 쓰면 되는 것이고

순문을 쓰고 싶다면 순문을 쓰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