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이 문단픽인가, 대중픽인가로 한 판 붙은듯?
뒤늦게 참전해서 말을 좀 얹어보겠음
왜냐면 재밌으니까 ㅋㅋㅋㅋ
일단 박준이 문단픽이냐, 대중픽이냐에 대해서
두괄식으로 먼저 답하자면
문단픽이 선이고
대중픽이 후인 건 맞다고 생각함
그리고 문단픽이자 대중픽인 거지 둘 중 어디라고 딱 정할 순 없다고 봄
박준이 이슬아도 아니고
실천에서 등단한 그냥 제도권 등단 작가인데
대중픽을 먼저 받은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지
암튼 대중픽, 문단픽
둘 중에 둘 다를 고르겠음
다만, 박준이 문단에서는 논의조차 안 된다
비평장에선 잘 안 다루지 않냐
이런 얘기를 듣고 좀 발끈해서 박준에 대해 썰을 좀 적겠음
길 거임
일단, 박준이 뜨기 전에 문단의 상황을 짚고 넘어가 볼 필요가 있음
2000년대로 돌아가서 돌이켜보자면
당시 시단은 그야말로 초특급 비상 사태였음
'미래파'라고 웬 젊은 시인들이 등장해서 시단에 광풍을 불러일으키고
90년대 후반엔 문동
2000년대 초반엔 현대시, 21세기문학(파라21) 등
그전까지는 문단 헤게모니의 중심에 있지 않았던 출판사와 잡지들이 그야말로 미친 신인을 배출했음
그런데 왜 비상 사태였냐면
이 미래파 새끼들의 시집이 ㅈㄴ게 안 팔렸음
그래도 90년대까지 소위 문단픽, 평론가픽, 작가픽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판매량이 보장이 됐거든?
문단에서 핫하다고 말하는 시집들
이를테면 90년대 허수경, 나희덕, 박형준, 장석남 이런 시인들의 판매량 꽤 괜찮게 나왔음
80년대도 마찬가지로 이성복, 최승자, 황지우, 기형도 잘 팔렸음
근데 2000년대는 신인들의 시집이 내는 족족 죽을 쒔음
당시에도 가장 핫하던
조연호, 이민하는 1쇄 간신히 소화하거나, 소화 못 하는 실정이었고
황병승도 판매량이 부진했고
김행숙, 김언, 김근, 이영주, 이장욱 이런 시인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미래파가 아닌
문태준, 이영광, 손택수마저 90년대 서정 시인에 비하면 판매량이 부진했음
그나마 잘 팔린 게 김경주였으나
그 이전 시대 스타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판매 실적이었고
2집은 죽 쒔음
그 당시 시단에서 공통적으로 떠도는 의견을 요약하자면
미래파가 시단에 새로운 충격을 가져온 것은 맞지만
지나치게 자기 폐쇄적인 성향으로 독자와의 괴리와 간극을 더욱 넓혀버렸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시들이 독자를 떠나가게 한다
이거였음
뭐 이제 생각해보면 시가 안 팔리는 걸 왜 시인과 작품 탓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게 그때의 주류적인 시각이었음
이게 박준이 뜨기 전의 상황1임
이제 두 번째로 넘어가서 박준이 뜨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이명박이 집권하고 명박산성을 쌓는 등 사회적으로 혼란이 가중되었고
용산 참사로 몇 십 년 만에 공권력 때문에 사람이 죽었음
2000년대에 용산 참사와 같은 사고는 물론 있었지 대표적으로 대구지하철사고도 있었고...
하지만 용산 참사가 충격이었던 것은
87년 체제 이후, 노태우 정권 끝나고서는 단 한 번도 공권력에 의해 사람이 죽은 적이 없음
90년대, 2000년대에 걸쳐서 문화적으로 프리덤을 맛보던 우리 문학은
사회시대적인 변화와 함께
새로운 자성의 목소리가 돌출되기 시작했음
우리 작가들도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 아니야, 문학인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서 나섰냐고?
응. 나섰음.
그것이 바로 송경동 시인이 주도하고 박준 등 젊은 시인이 함께 탑승한 '희망버스'였음.
이후 세상은 더욱 혼란해졌고
2010년대 중반에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음
역시나 이때에도 문단(뿐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가)은 큰 충격에 빠졌고
문학인들이 거리에 직접 나가기 시작했음 304낭독회 등으로...
그리고 역시나 박준은 이때 이 현장의 중심에 있었음
자, 박준이 뜨기 전 상황 두 가지를 요약하자면
1. 자폐적 성향의 시가 독자와의 괴리를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문단 내부에서 심화되었고
2. 정치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작가-시민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요구가 문학계 전반에 확산되었음
그렇게 2010년대가 문을 연 뒤에
가장 주요한 시단의 변화를 꼽자면
1. 상당히 유의미할 정도의 시집 판매량 증가
2. 다양한 시인선의 급부상
이렇게 두 가지를 들 수 있음.
2010년대 시단은 미래파가 여러 구설수와 자충수로 저물었음
거대 담론의 시대도 저물었음
이때, 스타가 된 박준은 그냥 대중이 혹할만한 시 몇 개를 들고 나와서 스타가 된 게 아님
2010년대 시단이 가장 갈급하게 요구했던 것은
우리가 과연 이 시대에 왜 '아름다운' 시를 쓰느냐 하는 질문이었음
작가-시민이란 정체성으로 문학인이 살아간다면
사실 작가-시민이 아니라
정치-시민
국민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게 맞지 않음?
왜 굳이 문학적인 미학을, 아름다움을 고집하면서 써야 하느냐
그것에 대한 대답을 내놓는 게 2010년대 시단의 가장 주요한 필요성이었음
박준은 바로 그 대답을 두 가지 내놓았는데
1.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2.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박준 시론을 가장 집약적으로 요약하는 두 문장임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미학적인 정신이 '문학동네 시인선' 전체를 상징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음
박준 시론의 핵심은
문학이란 것이 시대의 아픔과 슬픔을 그대로 해결하거나, 대변할 수는 없지만
문학이 가진 아름다움과 함께 슬퍼하는 그 정신만큼은
우리의 슬픔을 자랑으로 바꿀 수 있다라는 거임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문학으로 우리는 함께 운다, 이거임
비평장에서도 이러한 박준 시론에 대한 호응이 이어졌고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도 결국 이 얘기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음
나아가, 문학동네 시인선 100권의 제목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같은 것도
결국 인간의 아름다움을 문학이 조명하는 방식에 대한 얘기인 거고
박준 시 정신과 상통하는 거임
박준이 그냥 대중이 호응하는 시를 써서 스타다?
그래서 나는 이거는 절대 동의할 수가 없음
박준의 시는 '소통'과 '서정'으로 미래파 이후에 나온 독자와의 괴리라는 숙제를 해결했고
박준은 자신의 시론을 통해 시대에 필요한 시 정신을 제시했음
비평장에서도 이 부분을 유의미하게 다루고 있음
또한, 박준은 2000년대 후반에 희망 버스 2010년대 중반 304낭독회 등에서
중추적으로 시대적인 소명을 해내왔고
이러한 여러 움직임의 연장에서 박준이 문단에서 주목받게 된 거라고 봐야 함
물론, 2020년대에 와서는 이러한 박준의 시론이나 정신도
새롭게 다시 고민되어야 할 필요도 있는데다가
진은영이 지적한 것처럼
미학-정치의 일치이자 해결책으로서 특정한 시인을 내세우는 방식이
현재까지도 유의미한가는 고민해봐야 하지만
아무튼 정리하자면
박준은 문단픽이자 대중픽이고
비평장에서는 논의가 덜하다는 건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거임
그리고 박준의 시집이 잘 팔리게 된 과정을 요약하자면
1. 문학동네 시집 발매
2. 비밀 독서단에 박준 시집 출연
3. 그 전에도 좀 팔렸지만 방송 출연 계기로 미친 듯이 팔리기 시작함
이란 과정이 있기 때문에
사실 박준이 누구 픽이냐고 하면
비밀 독서단 피디, 작가픽 아닌가 싶기도 하고...
조은 분석이고 동의
읽다 지겨워서 관 뒀다 박준 그 듣보잡은 또 누군데?
너보다 잘생긴 시인
대표작이라도 하나 삥땅쳐와야 니와꾸와 먼가 그럴싸한 논리가 인정받지 않겠니
네가 네이버에 쳐서 읽어 못생긴놈아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울어요 이거 박준 시인이 싸인할 때 하는 말 아님?
네가 말하는 시각이 반영된 박준 평론 하나만 추천해줘 - dc App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10201033812000001
의미있는 지적이네 김사과 글도 읽어보겠음
전체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명박 전에 노무현 정부에서도 시위 막다가 사람 죽었다. 이명박 때 용산참사가 더 비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진영 논리가 작동한 결과다.
이건 어차피 각자 정치 성향에 따라 극한 전쟁이라 말 안 얹겠음 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동감
눈물도 장사가 된다
미래파 시 많이 팔렸음. 당시 논문 더 찾아보길 바람. 당시 독자와의 소통이 불가하다고 비판했던 평론가들이 판매량 앞에서 말 못 얹었음
당시에 미래파가 판매량이 많다는 건 당대의 서정 시인에 비해 미래파 판매량이 적지 않았다는 논평인 거임. 이영광, 신용목, 손택수, 문태준이랑 황병승, 김경주 판매량이 비슷했다는 얘기인데
그 부분에선 네 말이 맞고, 당대 평론가들도 미래파가 독자와의 괴리를 심화한다 어쩐다 얘기했지만 정작 서정시를 대안으로 제시 못했던 건 당시 서정시의 신진들이 판매량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였지
다만, 내가 지적하는 것은 2000년대 전반에 걸친 시집 판매량의 부진에 대해 말하는 거임. 앞선 90년대, 이후의 20년대에 비교했을 때 시집 판매량이 가장 부진했던 시기는 2000년대였고
소설은 그나마 김애란, 박민규 등의 신진이 대중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한숨 돌렸지만 시집은 그야말로 죽을 쒔음. 미래파가 판매량이 좋다는 건 어디까지나 당대 시단에서 다른 시인에 비해서 나쁘지 않았다는 얘기고
80년대의 해체시, 90년대의 신서정, 2020년대 황인찬, 박준에 비하면 미래파가 제일 안 팔렸던 건 사실임... 시가 가장 부흥했으나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시를 안 읽은 시기가 2000년대야
하다 못해 2010년대 후반 이소호에 비교해도 황병승은 판매량이 부진함... 기본적으로 각 시대의 대표 스타에게 기대하는 판매량이란 게 있는 거임 미래파는 전혀 그 역할을 못했음
그리고 난 당시부터 시 공부하던 사람이니까 당시 논문 더 찾아봐 이 지랄 떨지말길 여기 당신보다 공부 많이 한 사람이 한 트럭이야
2020년대 x 2010년대. 그리고 플러스로 당대의 미래파 판매량을 보면 김행숙, 김언, 이장욱, 이민하, 조연호 등은 판매량이 상당히 부진했음... 사실상 미래파는 김경주 정도만 잘 팔리고, 황병승은 평타보다 살짝 아래... 그 외에 일반 독자들은 "미래파가 뭔데 이 지랄들이냐?" 정도였음
박준 정말 잘쓰는것 같음 읽고 있으면 가슴이 시린
ㅈㄴ피곤하네 그럼 우파갬성에서 글을 ㅊ올려
우파갬성으로 네가 ㅊ올리면 되는 거지 뭐라 씨부리는 거야
정확한 얘기를 설득력 있게 쓰네.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이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