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녘

나는 치장에 무지했다. 어느새인가 어깨에 걸친 옷가지의 무게를 깨닫게 되었을 때는 매 순간이 고역이나 치부의 덩어리 따위로 느껴져, 피로가 몰려올 때면 어김없이 앎을 탓하곤 하였다. 순간들이 두려운 몰골을 하고서 나를 희롱하기 시작한 일은 그 이후의 일이다. 어쩌면 나는 안식을 꾀하기 위해 그를 노루라 불렀을지 모른다. 작은 개인의 찰나에 황혼이란 이름이 너무나 무겁게 다가왔던 탓일까, 내게는 다른 이름이 필요했었나 보다 하고는 몇 번이나 검지를 깨물고 놓아주기를 반복하였다. 두려움을 벗어두고 오니 비로소 격정만이 남았다. 갖은 상념이 뇌를 일그러뜨리고 글이 아지랑이 치며 제 행색을 지워갈 때 즈음에서야 노루는 만족이라도 한 듯 저편으로 사라져주었다.

7aed8907c68768f523edf7e2479c701fc06e272d090559e83c358c48dcc10c565461469f18eadd321b50663761f16c60c98eb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