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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밤
남색빛이 칠해진 방에 누워
풀벌레 소리를 듣다보면


풀벌레 소리가 좋아
풀벌레 소리를 흉내내시던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다르고 달랜 기억이
다시 파도처럼 밀려와
가슴에 부딪힙니다


차가운 듯 따듯했던
쭈글한 그 손이
제 손을 감싸주었고


화나신 듯 달래주시던
힘 없던 그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하고


슬프신 듯 기뻐보이던
화사한 그 미소가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파도처럼 밀려온 기억이
차갑게 얼어붙은 유리병처럼
위태롭게 떨고있던 제 마음을
결국 부스려트립니다


병에서 흘러나온 것들은
눈앞을 빠짐없이 가려서
기여코 얼굴을 적신 뒤
남색빛을 지워버립니다


병 조각이 살갗에 박힌듯
괴로히 찢어진 입가보다
이미 산산조각이 난 마음이
너무 아파 시려옵니다


어느새 기억은 파도처럼 밀려가
조각난 저를 모래밭에 둔 채

저 멀리 저 멀리
사라집니다
잊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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