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와 담뱃닢>

까슬한 햇님과
점심약속을 아침부터 미루려는데
전화 한 통 없이
그저 세상이 미뤄주길 바랐던 일은
다시금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어
맑게 젖히고

화창한 날에 까페에 앉아
불투명한 유리 사이로
세상을 바라보네

굽은 시야만큼 굽은 허리로
폐지를 줍는 할머니께선
종이 한 장, 글 한 자
세심히 쓰게 배려해주시네

까페에서 나오자
비가 오는데, 약속을 어긴 것 때문일까

비는 오는데 내 맘은 황량하네
비는 오는데 담뱃불도 붙질 않고
다 쓴 라이터를 터진 주머니에 넣고
비를 맞으며 집으로 향했다네

비는 그치고, 내일 만나기를
늦은 밤으로, 별과 달이 눈부실
그곳으로 약속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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