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02>
바람은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릴 데려가려는데
바램은 하루하루를
멀리서 관찰하듯
동떨어진 세계 안의 자신들
우리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난 친구도 아니 됐고, 사랑도 아니 됐는데
부모조차 아니됐네
단 세 글자로 나에 대해 얘기해보라면
내세울 것이라곤 이름 석 자....
먹물 끝은 아려오고, 누군가의 눈물에
내 이름 번져나가
존재하지도 않는 엑스트라가 되어 버렸네
먹을 갈기를 글 쓰듯 쉽게 생각했건만
마실 물도 없는데, 먹에 물을 주기란
말라버린 난초들이 궁색해
길거리에 피었다 진 꽃들의 눈망울이 날 향하네
가끔은 세상을 바라봄에
물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하니
하늘 아래 비를 내려주는데
그 비는 또 맞기 싫어
처마 밑에 서서
비가 그치기를 빌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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