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이 머무는 곳>

이곳은 해발 3,300미터
하늘로부터 거꾸로 잰 높이마저
일정하지 않을 곳
이곳에서 화산이 터진댄다

그 장관을 보려 멀리서부터 걸어 왔다
하지만 정작 화산은 아름답지 않고
걸어오며 본 꽃들, 풀들
야생동물들이 더 아름다웠다

누군가에게 물었다
이곳에 어떻게 꽃이 피냐고
그는 대꾸했다
지금은 봄이라 꽃이 핀다고

눈덮인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틔운 꽃들
봄의 마지막 설렘이 한 꼬집 잎을 펼쳤으리라

우리는 화산이 터지는 것을 보았다
위험하진 않았지만
꽃들이 다치면 어쩌나 하는 염려 뿐이었다

화산 속엔 분명 어떤 힘이 있을 게다
꽃을 덮을 눈들을 녹일 그런;
화산재에 덮인 꽃들을 두고
내려가는 길, 발걸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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