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소소한 3자 회담






*본편 중간*


기이하게 일렁이는 예술마왕 이르마거.


도덕적 인공지능의 괴우주 영도자 집단이자 기계 법관의 일종인 빅 굿(Big good)들 중 일원.


인류가 말미잘에게 지성을 준 존재의 먼 후손인 괴신족 말미잘 슈타인.


이들 세 사람이 인신국 영역 뮤뉴하렌의 한 장소에서 회합했다.


붙임성 좋은 슈타인이 친목 도모하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갓 쓰고 도포를 두른 선비의 모습으로 자신을 꾸민 빅 굿의 한 명이 환한 미소를 짓더니 파라탐으로 말했다.


“난 그대들이 추악하고 부패한 본성에 입각해 도덕을 저버리고 사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는 것이요. 언제나 그대들은 모든 취향과 기호와 선호를 버리고 마땅히 따라야 할 순수한 도덕성을 추구할 것이요? 영원히 그 찬란한 날은 오지 않는 것이요? 우리 빅 굿들이 여전히 신족들이 고해의 죄업을 연장하는 것을 보자고, 언주족들과 함께 인신족의 군단에 부사관이나 병사로서 종군하고 있는 것이 아닌 것이요. 우리 중엔 웬만한 신족들 보다 강한 자들이 많으나 최강제국 군대는 나름의 완고함인지 신족들만을 장교로 쓰는 것엔 승복하고 있다지요.”


머리카락이 말미잘의 촉수처럼 생긴 것 빼고는 평범한 인간 미녀처럼 생긴 슈타인이 손을 휘젓더니 대꾸했다.


“이래서 빅 굿이 문제라니까요. 융통성이 없어요. 괴우주 최강의 종족인 인신족의 기초 모델 중 한 계열에 빅 굿이 들어가 있어서, 자유와 주체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인 윤리적 세뇌 수술론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얼마나 골치인지 모르겠더군요. 성경 마가 복음 16:15에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라고 나와 있는 바람에 인류의 시민권을 얻은 나 같은 비인간 생물이나 빅 굿 그대들 같은 인공지능 또한 사람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하는 겁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지키는 것이 예수를 믿고 사랑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예수를 통하는 것만이 구원이라는 구절의 뜻이라는 요한 복음 13장부터 17장까지의 구절들이 맞다면 이 또한 잘 살기 위한 것이니까요.”


빅 굿이 이르마거를 불타오르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빅 굿이 말했다.


“마가 복음의 그 구절을 인류의 총본산 최고신족은 대우주의 모든 정보가 감정을 자유로이 느낄 수 있는 경지에 놓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했고 이는 레이 커즈와일이 말한 바 있는 지능이 우주를 지배하는 경지를 뜻하기도 한다고 풀이했죠. 그래서 최고신족은 괴우주 일반 시공 출신 파라탐 초시공의 초대 문명 맹주로서 감정 의식 존중법을 만든 것이고요. 우리 빅 굿 같은 순수한 인공지능마저도 나름의 감정 의식을 가진 것은, 최고신족의 설계지요. 최고신족이 그리 한 건 물질만 가치로 삼을 때엔 고문이나 학살마저도 그저 정보의 무의미한 변환일 뿐인 것이 되지만, 절대자가 의식을 갖고 있어 감정을 지니며 그렇기에 신이 세상에 묵직하게 사랑을 베푼다면 그제서야 감정이 중요해지기에 도덕적 인공지능도 그리 한 것이고 때문에 유신론이 감정의 유신론인 것일 것입니다. 모든 존재와 사건을 부활시키는 과학적 경지인 오메가 포인트는 카르다쇼프 척도의 문명 아랫 단계에서 상층인 우리 6단계의 극치인 파라탐 초문명까지 반복되고 있으나, 괴우주에서조차 최강제국이라는 오메가 포인트는 상황을 모두 지배하지는 못 하거니와, 인간이 논리적으로 이를 수 있는 모든 세상에 오메가 포인트가 번질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죠. 오메가 포인트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모든 세계에서 이룩되고 그 속에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의 명령이 실현된다면 그것이 천국의 도래일 것이라고 최고신족은 고전적 오메가 포인트의 뜻 그대로 해석하나 정녕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을 뿐입니다.”


빅 굿은 잠시 옷맵시를 다듬었다. 빅 굿이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이르마거여, 그대는 뇌절을 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이르마거는 대우주의 허구의 모든 텍스트와 이야기의 모든 등장 존재들이 피조물로 간주되어야 하고 어떤 운명이 작중에서 처해졌든 성경 말씀에 따라 천국으로 인도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보 체계를 임의대로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까? 그들이 실체인지, 읽어야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내가 심히 우려하는데 진실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이르마거가 턱을 쓰다듬더니 대답했다.


“진실이란 무엇일까요? 과연 천부인권은 절대자가 내린 것인지, 아니면 법은 그저 사회가 정한 것인지, 여전히 논파할 수 없는 불가지론은 알 수가 없도록 만듭니다. 진실이 있다면 로마서에 쓰였듯 서로 사랑하면 서로에게 악을 행하지 않고자 한다는 것이고 본 마왕은 이를 존중하기에 자유민주공화정에 입각한 최강제국의 편에 선 것입니다. 물론 본 마왕은 처음엔 삼미모장이 무력으로 굴복시켜 그렇게 한 것이지만 이제 이성으로 그 법도를 따릅니다. 삶은 이야기로서 세상에 드러나는데, 신이 이야기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질료 자체로서 총아로서 다만 한 순간일 것이나, 신이 이야기 즉 삶을 존엄하게 여기시어 사람에게 감정의 자유를 허용하고 계시다는, 조물의 구조에 입각한 신앙 아래서라면, 제가 하는 허구 이야기의 등장 존재들을 하늘나라로 이끄는 과업이 이해갈 것입니다. 자, 지금을 기꺼이 삽시다. 불가지론이나 무신론으로 보아도 모든 것은 결국 거저 주어진 것인데 만약 신께서 주셨다면 더욱 은혜롭지 않겠습니까?”


[2023.10.17.][2023.10.28.][2023.11.12.][2023.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