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밤이 내 뇌속에서 또 날개를 뻗는군
쥐약 먹은 콘도르처럼 너덜너덜한 두 날개는
그러나 궁륭을 채울 정도로 어마어마하지
찢겨진 장막의 살결을 뚫고 창백한 별과
붉은 달이 빛을 뿜는군. 그들도 내 처량한
이상이 고개를 떨구는 것을 보고픈 건가
색채 없는 장미들이 내 순수한 방백을 비웃었다
패배자여 합리화를 인정하라
너의 리비도는 그저 거세됐을 뿐이야
나의 금빛 이상, 영롱했던 우상 이제 깨져도 상관 없다
다시 한번 밤의 단검을 붙잡으면 그만이다. 오너라
반짝이는 단검이여. 잡으려 하면 볼 수가 없구나
게걸스런 콘도르들이 낚아채기 전에
내 두상을 들어야 할텐데. 내 목에서 꿈틀 대는 구더기들
시체 파먹는 것들의 유일한 욕망,
위장의 허기를 채우기 전에
밤이여 또 한번 날개를 펼쳐다오
귱륭 너머의 모든 심연에서 심연까지 거둘 큰 장막으로
내 눈을 가려다오. 그들의 눈도 함께. 모든 시선의 배열을
지워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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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링을 까먹었다 4번이나 5번쯤 될거 같은데
기록되는 허무는 기록마저 증발시키고 허무조차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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