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자 요한에게 바치는 시
많은 것을 이미 가진 마음으로 더는 누리고 지닐 수 없는
나 자신과 내게 세례를 내려 준 스승되는 친구에게,
친구 사이라 칭할 수 없는 벗 같은 벗에 대해서는
말을 놓아버리고
적이 적 아니듯이 또한 원수도 사랑하여
더는 사랑할 것이 없어져
우리가 우리에게 나눠 줄 바 없다 말해도
서로 서글퍼 하지 않기를-
공들여 만들어진 신뢰가 무너질 수 없는 것을 잘 알기에
그 안다는 표현도 어색해져 버릴 만큼 너무도 잘 알기에,
하여 더는 알 것이 없어 그저 모를 뿐인 우리에게
공허하던 하늘 마저 비구름으로 가득 차서
장마 비로 화하여 끝 없이 내려 앉아
축축한 우정으로 닿을 때에도
서로 사랑했노라 더 없이 그리워했노라
말을 잇지 못할 사람으로 남아
또 사랑으로 채워도 채워지지 않을
거룩한 믿음의 반석 위에서
작으나마 소망한 바도 바라는 바도 없이
가련한 사랑으로 너에게 다가간다
멀어지는 대로 다시금 다가간다
사랑의 이름으로-
꽉 채워져 이제는 텅 빈 사랑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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