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시험 기간주간의 일요일 오전 0503분입니다. 먼지 한 톨이 떠올라 제 마음껏 흔들리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신 적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숨 쉬는 것에 신경을 쓰면 제 호흡이 가빠지듯이 고작 먼지 하나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그게 어디까지 날아올라 어디에 뿌리를 내리련지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사람 신경이란게, 어떻게든 개개인별로 집중되는 분야가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전자공학 전공이면서 휴학을 해버려서 도무지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없이 자살충동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하루의 연속입니다. 목표는 있지만 과정은 생각을 안 했습니다. 이는 저처럼 경쟁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속성입니다. 이해하며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저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정지처분을 받고도 충분히 남을 수준입니다. 그런데 그게 중요합니까? 스물 셋의 정신상태는 열 셋의 정신상태보다도 어리고 불안정합니다. 대한민국 군대가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모자란 점을 나열하자면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많습니다. 이를 명확히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평소에 계획적이어도 내가 앞으로 뭘 해먹고 살아야할지에 대해 골이 쑤셔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내가 모자라란 점을 구태여 생각해보자면 이미 저는 두 발 뻗고 잠들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죽을 자신은 없습니다. 죽을 각오로 살아간다기보다도 이 일순간적 감각은 접선의 기울기처럼 그 한 순간에만 의미있고 극대화되어 관찰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해봤자 저는 고등학교 생활 중 미적분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자네들 알 바입니까? 먼저 말해놓고 관심을 역으로 공격하는 꼴이 우습지만 저는 남들의 관심을 받고싶으면서도 받기 싫은 아해임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당장에만 사랑을 꿈 꿔본 게 아닙니다. 이게 정말 후회될 따름입니다. 왜 지난 사랑은 지금에 와선 손에 잡을 수 없는지를 돌아보자면, 속궁합이 안 맞았던 것은 정말 아닙니다. 입마저 맞춰보지 못할 정도로 순수했기 때문입니다. 실은 내면이 순수하진 않았습니다. 표현을 못할 뿐이었습니다. 눈물나도록 아쉬울 따름입니다. 사랑을 여러번 해봤고 그 형태난 달랐음에도 마음은 변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그 형태가 바뀌어왔음에 피눈물을 흘릴 지경입니다.

 

본디 저는 정신병자를 표방하지만 정신병에 걸리는 것을 다른 사람들 보다 더욱 두려워합니다. 내면이 약하기 때문이겠습니다. 잘 알진 못합니다. 구태여 깊게 생각해본 게 없기 때문입니다. 하는 꼬라지라곤 자살을 말하고 두려워하고 구석에 숨고 사람을 만나지 않고 하는 게 전부지만, 키르히호프 법칙 정도는 사고를 거치지 않고 써내려가 해치울 수 있습니다. 병신입니다.

 

사랑이 뭘까요, 저는 정말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누군 인간의 삶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남들은 알까요, 제 머릿속에선 이해할 수가 없어 남들이라고 이해할 것 같진 않습니다. 제가 남들보다 나은 점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남들보다 멍청합니다. 전 여자친구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 어딘가 한 구석이 썩어가는 느낌입니다. 당장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제가 저지른 잘못이 이별에 큰 영향을 줬음을 충분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염치없이 다시 인간관계를 맺고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보다도 더욱 비참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는 저보다 더 낫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비전이 있습니다. 반면 저는 끝 없는 자기 심연의 밑바닥으로 점점 침전해갈 뿐입니다. 아쉽게도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