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내방에 불을 지피러 간다
가솔린을 뿌리고 이제 난 문을 닫는다
불이 활할 타올라 마치 나를 집어삼킨다면
난 영원히 거기서 살겠다

네가 나의 목을 잡고서
이제 모든걸 검게 타오른다면
검게 물들여진 내 여린 심장이
마치 쓰레기장처럼 된다면

이제 나를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겠지
마치 성북동 비둘기처럼 가슴에 상채기를 받아도
거들떠보지 않는 게 당연하다 해도
이제 난 내 삶을 놓고 계약을 맺는다고서

내 인생이 앞으로 이제 쓸모없이
관여하지 않았으면 해
검게 타오른 내 몸체가 이제
나와 쓸모가 없었으면 해

난 다른 곳으로 갈 여정이었으니까
이제 검게 타오르자
내 삶을 갖고 난 이 곳을 벗어나련다
이제 영원토록 떠나자

화르륵 이제 불에 타올라
모든 것을 집어 삼키자
모두를 삼키고
너에게 난 온 몸 모두가 으스러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