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가>
너의 시든 얘기들은
꽃부터 풀, 나무까지 셀 수 없고
바짝 달라붙은 태양에게 글을 써
조금만 멀리서 그림자에게 쉴 틈을 주라고
내 그림자는 바짝 달라붙어 새들에게 다가갔지
시든 꽃잎들을 밟고 선 새들을 마냥 바라보며
또다시 태양은 붉게 빛나고
내가 앉은 자리에 들어선 그림자처럼
밤에는 별들이 빼곡했지
한사코 달에게 어둡길 빌었건만
그림자는 다시 드리우고
하늘을 수놓은 별들은
오늘 밤을 다 헤아릴 듯하네
- dc official App
한사코 달에게 어둡길 빌었건만 그림자는 다시 드리우고 - dc App
또다시 태양은 붉게 빛나고 꽃부터 풀, 나무까지 셀 수 없고 - dc App
오늘도 나는 개좆밥 이였음을 깨닫고 갑니다.
내가 읽은 흐름대로 읊자면, 1연에서 '너'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얘기들을 해줬는데, 2연에서 이를 시들게 한 태양에게 쉴 틈을 달라며 '그림자'에게서 멀어져달라 화자가 말하지. 이를 통해 2연의 '그림자'는 1연의 '너의 얘기' 혹은 '너'라고 유추하게 되었어. 그런데 3연이 '내 그림자'로 시작하면서 독자인 나는 길을 잃어버렸어. 그렇게 되니까, 분명 시든 얘기와 시든 꽃잎이 동일한 의미일 텐데 이걸 밟고 선 새에게 다가가는 감정도 이해하기 어려워졌고. 그래서 내용에 대한 평가는 어려울 것 같고,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말해야 할 것 같아.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 시에서 '그림자'만 4번 나오는데 '나'라는 단어로 바꿔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이렇게 바꾸라는 게 아니라, 시에서 계속 등장하는 핵심 단어가 다른 단어로 대체될 수 있다는 건, 독자 입장에서 더 나은 문장을 만들 여지가 있는 걸로 보일 수 있으니 유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게 내 의견이야. 더해서, 같은 단어가 반복되는 건 시의 내용이 확장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돈다는 의미일 수 있어서 웬만해선 피하지. 다음으로, 4연 1행은 노을을 그리는데, 4연 3행은 밤을 얘기하지? 이 부분이 내겐 마치 4연 1행이 3연 마지막 행에 들어간 것처럼 어색하게 느껴졌어. 연갈이는 보통 장면을 전환할 때 하니까.
마지막으로 시어들이 이미 자주 접해본, 여러 글에서 사용된 단어들이지? 이 시에 쓰인 단어들이 다른 글들에서 이미 많이 사용된 이미지나 의미와 결이 비슷해서 조금은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감사합니다. - dc App
습작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정현종, 민영, 오규원 시인들의 시집을 추천하면서 이야기의 구성과 문장들의 탄력을 키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