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지우개로 지우고 싶었다

새하얗게 지워진 그 하늘에

붉고 푸른 별들을 수없이 새겨 두고

날개 달린 외계인을 그리고 싶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우개로 빗방울을 다 지우고 싶었다

지워진 빗방울 대신 곤충의 더듬이들을 빼곡히 그려 넣는다면

와 이게 무슨 일이야 하늘에서 더듬 더듬 더듬이가 떨어진다


지우개로 하늘의 태양과 달을 지우고

어둠조차 이 세상에서 지워 버려

두 발로 디딘 바닥들도 모조리 지워서

이 세상은 그야말로 순백의 도화지


그렇담 남은 지우개 똥은 어디로 가야 하지?

어디로 가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