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놀던 여자애 하나 있었지
찔레꽃순 꺽어 먹고
뒷산 묘지터에 나무이파리 방을 꾸며
납작한 돌맹이에 보이지 않는 생선을 구워
손가락에 반지꽃을 끼워주었다
미국쌀이 들어온다고 웃골 뻐꾸기네 남자가 약 먹고 죽었고
명절이 되어도 뵈러갈 어른들도 없고
여자애는 어디 군부대 근처 칼 만드는 공장에 다닌다 했다
그러다 한번 간 시집 소박을 맞은 건지 애를 업고 허물어진 담 아래 어부바 어부바
벌레먹은 맨드라미
지붕 위까지 올라간 자두나무의 그물 속으로
나는 붙들려 차라리 끌려올라가기를
동네의 가을은 수확기였던 것이다
찔래 꽃순을 꺽어 먹어보았다면 채소 오십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