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박아갈

25살 건장한 한국 남성이다.

하루 하루를 건강하게 보내고싶은 사소한 소망을 가진.


오늘로 자취를 시작한지 대략 10일정도 된 것 같다.

처음에는 제육볶음도 만들어봐야지, 내 마음대로 방을 꾸미고 누구의 간섭도 없는 공간에 살면

내 안의 응어리진 무언가가 해결될듯한 생각에

무작정 일을 때려치우고 집을 나선 어리석은 25살이었다.


막상 하루 이틀 날이 갈수록 나는 점점 더 무기력함에 휩싸이고

내가 하려던 것이 무엇인지, 내가 주변에 말하고다닌 "나"와 현재의 "나"가 너무 다르다는 걸 느꼈다.


항상 드라마 웹툰 영화를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스스로에게 자학을 하는 것처럼 보이던 수많은 인생들은 사실 본인을 향한 자괴감으로 이루어진 하루라는 걸

그런 상황에서 본인을 탓하며 이 땐 왜 하지 않았을까 하는 한심한 고민들을 바라보던 내가

이제는 나를 내려다 보고있다.


지금 메모장을 켜서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당장 할 게 없어서.

그 뿐이다.


이런 저런 거창한 이유를 갖고와서 붙혀보고 싶지만

그동안 해왔던 수많은 거짓말이 무거워 더이상은 짐을 추가하고 싶지 않다


책을 읽는다.

공부를 한다.

나를 성장시킨다는 얄팍한 생각은 내가 나를 알고있다는 무거운 현실앞에 힘없이 무너져간다.


한 번씩 주변사람들이 나에게 물어본다.

"형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돼? "

"오빠 나 요새 고민있는데.. "

"아갈아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


나는 뭐라도 된듯이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한다

"너에게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것과 비슷한 상황에선 이렇게 했어"

이제는 할 수 없는 어렸을 때의 나를 회상하며 마치 엄청난 일인것마냥

대단한 진리를 찾은 사람처럼 단호하게 말해준다.


그렇게 한껏 나를 포장하며 자존감을 되찾는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찾았던 자존감이 다 떨어질 때를 기다린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저 핸드폰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며 의미없는 시간을 그저 흘려보낸다.

그렇게 기껏 찾은 자존감이 사라지고 나면 나는 관성처럼 의미없는 시간을 마저 보낸다.


눈이 피로해지고 정신은 탁해지고 몸은 찌뿌둥해지고

손목에 찬 갤럭시 워치에선 항상 나에게 이제 스트레칭 할 시간이라고 핀잔을 준다

잠깐 물이라도 뜨러, 담배라도 피러 나가는 순간에는 다시 손목이 울려 살펴보면

"잘했어요!" 라며 해주는 칭찬이 이제는 내가 받는 유일한 칭찬인듯 싶다.


그렇게 의미없는 시간을 멍하니 보내고 나면 다시 자괴감에 휩쌓인

이 어리석은 25살의 놀라운 청춘은

무기력증에 휩싸여서 나를 질타하며 다시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는 다시 핸드폰을 본다.


어느덧 시간은 22시가 다되어가고

하룻동안 내가 이룬 성취를 찾아보려 하루를 보낸 침대를 뒤적여보지만

찾아낸 건 어제와 여전한, 아니 어제보다 못한 나뿐이다.


눈을 감으며 생각한다

내일은 뭐라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