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에게







L, 잘 지내나요 전 잘 지내요

고량주 한 잔 하고

물까치 씨끄러운 나무 우거진 길을 따라

저는 걷다가 쉬고

그리고 오후의 하늘 끝 우유같은 달

달의 끄트마리를 보며 잠들어요

자며 저는, L

밤의 꿈을 꾸어요

여기 한 번 밤이 오지 않았던 것 처럼







여름의 오후



언덕으로 길이 났지


위로 신작로에 달리는 차들이 언뜻 보였고


그럴 때 쑥 무더기들이 새차게 흔들렸지


나는 그 언덕길로 가파르게 천천히


애기똥풀 무성한 진녹색의 좁은 길로 걸었다


발목에 차이는 풀대의 차가움


늦여름이었고 매미도 울지 않는 날


약속이나 부름 없는 좁은 길로


늦은 여름의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