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검은 물을 찢는 소리
절단면이 부딪히며 다시 합쳐지는 소리
선생님과 바이마르*로 향하는 배편 위에서
잠을 설치게 하는 달에 빠져있었다
조용한 갑판은 나를 흔들고
작은 울렁임에서 벗어나기를 고민하는 중
저 깊은 곳에서 마왕의 꼬리가 보인다
곧 선체 만한 멀미를 겪는다는 경고
나는 얼른 선실로 돌아가
멀미약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왕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낮고 거대한 울림은 나를 걱정하듯 부른다
잠을 자지 못하는 아이야
나의 동굴에는 너희 어머니의 지문보다도
부드러운 천이 수없이 깔려있단다
입속으로 들어오거라
아비없는 아이야
나의 등은 바다에서 가장 넓단다
기대고만 있으면 어디라도 데려다줄테니
솓아날 물줄기에 뛰어들자꾸나
마왕의 등줄기가
수면위로 삐져나온다
그 부드러운 피부는 내 숨을 가쁘게
강한 인력이 침을 모두 빼았아갔다
심장이 빠르다 손끝이 저리다
아이야
나의 딸이 너를 원한다
아이야
사실은 너가 원하고 있는 것을 안다
곧 마왕은 역정을 내며
전부 펼친 돛보다도 넓은 꼬리로 물 위를 내려친다
얼른 뛰어내리거라 이제 그만 포기할 때다
마왕이 떨어지는 계단을 뿜으며
허공을 시끄럽게 찢는다
멀미와 마왕중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가
그만, 그만, 그만 잠겨버리고싶어
고동소리와 튀기는 물방울이 섞여 울음으로
울음과 파도는 이 방향 저 방향
나를 어지럽게 밀친다
난간 너머에 저녁식사를 전부 개워냈다
가라앉은 유혹과 숙인 채로 몰아뱉는 긴장
식은 땀
소매로 이마를 훔치며 침대가 있는 선실로 들어간다
*지금의 독일 튀링겐 지역에18~19세기 초까지 있었던 바이마르 대공국의 수도, 괴테가 재상직을 지낸 문학의 중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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