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래 니체를 읽고 쇼펜하우어를 읽고 디오니소스를 헤집어 도대체 저 미지의 철학자의 세계에서는 어떤 가십이 어떤 소문이 가장 단단한 지반에서 뱀이 뱀의 꼬리를 물고 서로의 말풍선을 잇고 헤집고 싸우고 그 공터 그 비닐로 지은 축일의 원형 극장 그 안에 웅크린 채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는 – 형상의 일렁이는 그림자같이도 – 나는 독서대의 접었다 피는 틈으로 자꾸만 머리를 들이밀어서 더 이상 비극의 탄생을 편하게 볼 수 없어 -

도무지가 그저 편린만이 레고 조각 구성을 이루지 못한 뾰족머리 플라스틱 인형의 무더기에서 앗 드물게도 같은 것만이 같은 것을 본다고 언젠가 조립해 놓은 대동맥의 꽈리일까나 그런 것에 혈류를 느껴 그런 것에 추상한 것을 또다시 추상하고 또다시 추상하고 풀어진 청경채같은 나의 머리 속에서는 멜팅 팟 잔잔한 유희 어쩌면 이것은 음악이구나! 하지만 한 마디씩 모은 악보란 답지 없는 십자말풀이 아니야?

나는 쇼펜하우어를 읽었지 의지를 알지 오른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가장 위에 있는 성부가 뭐였더라 자판은 타악기 건반은 흰색 검은색 이어지는 멜로디 속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고뇌에 빠진 나에게 그저 참으라고 건네는 한 마디 오직 그것만이 뇌리에 남을 뿐 그러나 고뇌는 무(無)를 마른 헹주를 짜내듯이 압착한 것이 맞나 싶어 나는 그대 때문에 괴로워 그대가 성을 쌓고 성문을 만들지 않아서 그리고 합창을 하지 트로이의 전장 한복판에서 목마는 모가지가 걸리고 말하지 못하고 한밤중에 니체와 당신과 홍성광 씨가 본 체도 안하고 두런두런 얘기하는 것이 – 나는 두려워서 – 카산드라에게 눈짓을 보내는데 윙크만 건네는군.

그러나 나는 읽겠지 부수기 위해 읽겠지 머리를 싸매며 하나하나의 신경 세포의 창자를 꺼내며 – 밀치지 못하는 이 기숙사의 벽을 모두가 경외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