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니를 잡았다 머리카락을 잡아 뜯듯 뒤져 잡았다 잡은 이는 하얗고 비듬 같고 목줄을 맨 강아지처럼 옴짝 달싹 못하고 내 손가락 사이에서 버둥거리고 있다 되바라진 너는 웃는다 나는 미묘한 표정으로 겨울이 오면 이가 사라질까 묻는다 너는 무표정으로 있다 손가락 사이 머릿니가 죽었고 내 균열은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세워 머리를 감았다 머리에 남은 물기를 털었다 이가 더 이상 안 나오겠지. 읖조리는 것은 너가 좋아할 일이었다

아직 있는 거 같아. 무릎에 누워. 다시 잡자.

나는 무릎 위에서 머리를 움직일 수 없다 머리카락 같은 것은 발이 없어서 두피에 딱 붙어 모로 누워 있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나도 그녀의 무릎의 머리카락이었다 나는 머릿니가 나를 이곳에서 옮겨 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잡던 네가 웃는다 되바라진 네가 참 빗으로 내 머리를 휘젓는다 너는 무표정으로 나를 뽑아 제자리로 돌아갔고 이제 이곳에 머릿니는 없다 머리에는 벌레 대신 하얗게 샌 머리카락이 그 자리에 있었고 그 곳에 있던 나는 지금 그 곳에 없었다

머릿니 다 잡았어

포승줄을 잡은 간수처럼 네가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본다 바라본 것은 바라본 것으로 끝이 났다 그 이상의 사건이나 사랑이나 증오나 미움 같은 것은 없었다 무릎 위엔 잠이 있었다 나는 그 잠을 청했고 잠에 자리 잡아 나의 존재를 꿈에 모로 눕혔다 꿈속의 나는 이가 부러졌다 균열이 무너진지 오래여서 부러지고 말았다 나는 부러진 이를 모아 머리에 뿌렸다 꿈은 깼다 깨어난 나를 보고 너는 웃는다 나는 울었다 깨어난 곳에 너는 없고 나는 있다 그렇기에 나는 머리카락을 모두 뽑아 태우고 싶었다

오늘은 비가 오네

비는 네가 없어도 내렸고 나는 비가 내려도 여기 있고 네가 없어 웃었다가 울었다가 화냈다가 네가 모두 잡아 죽인 머릿니를 그리워하다가 차라리 내가 너 대신 머릿니를 짖이겨 죽이고 싶었다가도 포승줄을 잡은 간수처럼 건방지게 행동하고 싶었다 나의 균열은 숨결처럼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무너진 잇몸만이 자리 잡았던 때의 일이다

머릿니가 아직도 있는 사람이 있어요?

미용실에 들어가 머릿니가 있는 거 같다 말했더니 미용실의 아가씨는 물었다 아가씨는 돌잡이 때 가위를 집은 아가씨처럼 보였고 나는 이제 무너진 잇몸을 가진 무너진 사람처럼 보였고 사실 이제 머릿니는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은 그때의 네가 여기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 할 용기가 없다 아가씨의 입술이 옴짝했다 비오는 날이라 머리카락이 축 늘어져 가라앉았어요 아가씨가 말하기 전에 내가 말을 가로 챘다 말 문을 가로 채인 아가씨는 너처럼 웃었고 나는 무표정을 가르쳐주고 싶었고 그녀의 가위는 반짝였고 여전히 봄의 소나기는 내렸다

머리 염색 해보는 건 어때요?

좋아요.

검은 머리가 잘 어울리실 거 같아요.

저도 검은 머리였던 적이 있었어요.

네. 세월이 가면 다들 머리가 하얗게 세어요

비가 오면 비가 그치듯 머리는 세월이 가면 하얗게 물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는 것은 모르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나는 너처럼 웃는 아가씨가 무표정을 알고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고 나는 아가씨의 가위질과 빗질을 멀뚱히 쳐다보다 다 되었다 하는 아가씨의 건조한 미소에 울고 싶었고 울지 않았고 네가 여기 없는 이유는 분명 머릿니가 없기 때문이라 소리 없이 읖조리다 미용실을 나갔다

머릿니 다 잡았어

네 목소리는 내 하얗게 물든 머리카락 속에 있었던 것을 이제는 안다 알았던 것은 알았던 것으로 남겨두어야 하고 세월은 여전히 간다 비가 오면 새 생명이 태어나듯 나도 세월을 따라 삶의 문을 닫으면 네가 태어날 것이라 생각했다 머릿니는 그 곳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