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태양이라서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가려지지 않아

사실 내가 손바닥으로 가리고 싶었던 건 외로움이 아니라 네가 사랑하는 나였어 내가 흰 천으로 염을 하고 길고 긴 관의 뚜껑을 집어들어 닫을 때 그 장소에 와서 울어줄 사람이 너밖에 없다는 게 가슴이 쓰리고 따가웠거든

그럼 장례식 와서 울어줄 사람이 너 뿐인 삶을 증오하는 거냐고?

아니, 아니야. 난 네가 그 유일한 인간이라서 좋아.

그 질문에 갑자기 생각나는 건 옛 친구 민규네. 민규한테 내게 외로움은 그림자 같은 거라서 평생을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사실 네가 외로움을 친구 삼은 거 아니냐 말했어 그게 생각나네 왜 하필이면 그림자라고 했을까 그림자는 내가 만드는 건데 왜 하필 그림자라고 해서 외로움을 내 곁에 있게 만들었을까 외로움을 내가 선택한 것처럼 오만하게 굴어서 미안해 외로움은 그냥 태양인데 네가 말한 것처럼 태양처럼 나를 계속 비추고 비추지 않고 매일을 반복할 뿐인데

나는 나를 절대로 가릴 수가 없다는 것 그리고 외로움은 태양인 것 너는 여기 이곳에서 나를 감싸 안아 가려주고 있다는 것 세상에게 얻어 맞는 것이 이제 내가 아닌 네가 되었다는 것 결혼은 그런 것이라는 것 외로움은 태양 같다고 말했던 네가 겪었던 모든 외로움은 그림자 따위로 표현될 수 없었다는 것을 몰랐던 내가 증오스러운 것

사실들 너무나 자명하고 명확하고 내 삶에 적확한 답과 같은 사실들을 나는 왜 이제 알았을까 이제야 오만한 내가 죽길 바랄까 결혼해줘서 고마워 연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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