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묵한곳에 있다고 믿은건 그림자.

손바닥 뒤집듯이 확확 바꿔도 괜찮아요. 그런말을 들으면 숨이틔어 오래 살 것 같아요. 더 늙어버린다니. 서른 초입의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기고 삭아버린 나무가 되었다면 누군 비웃겠지만. 어째요? 내가 그런 생각이 드는걸 그렇다고 말하는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영양분을 많이 갖추고 싶어요. 당신이 밤새 심어놓은 것이 뿌리부터 내려서, 바위까지 움켜쥐고 대지에 스며든 양분을 빨아먹는 과정을 지켜봐주면 좋겠다고 바라곤해요. 난 욕심쟁이가 되었답니다. 탐욕이란 이름을 붙인 꽃말을 안다면 내게도 일러주세요. 그 꽃으로 혹은 나무로 피어나고 싶어요.

전 많은 것 들을 죽이는 것을 잘 한답니다. 저도 있었고 당신도 있었고. 이런, 제가 지나온 길에 그런 것들이 그득해 사체썩는 시취가 세상을 뒤덮었건만.

그런데도 잘 자라고 싶어요. 가끔 그늘이 지면 해를 끌어다 나무위에 걸어주세요.

그리로 고개를 돌리고 밝은 낯이 되겠습니다. 등 뒤로 길어지는 그림자의 이름표를 정해두지 않겠습니다.

아름다운 밤이에요. 낯이 더 환해서. 그래서 그렇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