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우주야사 논설 : 어둠의 숲 소고
괴우주의 파라탐 초문명들은 다음 사유도 생각했다.
문명이 발전해서 세상을 점령하다 보면 리스크는 딱 하나만 남는다. 그것은 절대자가 선한데 악을 행한 결과로서, 절대자의 뜻을 거슬러서 절대자가 파멸시키는 경우다. 이는 마지막 리스크이고 고로 영원한 리스크다.
절대자가 악하다면 그는 마음대로하므로 예측할 수가 없다. 때문에 절대자가 악할 경우 신은 자연재해의 일종으로 전락한다. 샘 해리스의 말대로 자연재해엔 악당이 포함이다. 자연재해 앞에서 사람은 대비책을 세우거나 아니면 마이웨이로 가면 된다. 이는 까뮈가 시지프스 논리로서 말한 바이다. 절대자가 악하다는 것은 에피쿠로스의 통찰대로 신이 없는 경우이며, 때문에 사람은 그저 뜻한 바 마음대로 살면 된다. 사르트르가 말했듯 사람은 어떤 경우에든 반항할 수가 있다. 사람의 정체성을 신이 훼손하지 않는 한 사람은 자신의 내부적으로 자신을 파괴해서라도 무언가를 언행할 수 있다.
페르미 역설의 한 해인 어둠의 숲 이론에서, 우주의 문명들은 서로 간에 드러나면 공격당할 위험이 있기에 서로 숨어서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우주의 이질적 문명들끼리는 각자의 정체성과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남들을 죽일 수만 있다는 것이다. 우주는 정보가 제약되기에 결국 구약 성경 코헬렛(전도서)에서의 통찰대로 뻔한 곳일 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양성을 고취하기 위해서는 도리어 협력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한 개체에 있어 다른 모든 것들은 타자이고, 이는 다른 문명에 있든 자신 문명에 있든 마찬가지다. 즉 적대적이지도 않은 다른 문명들을 전부 죽이는 선택을 하는 문명이 내부적으로 통합하기를 바랄 수 없다. 물론 어둠의 숲 이론은 우주 개척을 할 때 한 가능성으로서 고려해야할 문제이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문명의 최종 원리라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기적이 안 보이는 세상에서 인간이 마땅히 따라야 할 처세술의 최종은, 궁극의 선을 추구하되 악을 행해야만 할 때에는 악을 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즘일 터이다.
이기와 교만의 끝은, 어둠의 숲에서 승리한 우주 내부의 마지막 문명이 아니라, 그 문명 속에서 다른 모든 구성원들도 다 죽여버린 최종 1개체 즉 최종악마일 밖에 없다는 것이 논증되었다. 최종악마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우주의 모든 정보를 마약으로 삼아 마셔버리는 범우주적 마약 중독자이고, 또 하나는 범우주적 자살자로, 공통점은 남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최종악마는 스스로에게 영원한 단조로움의 형벌을 내리는 자로서, 필연적으로 타자가 있는 상황 보다는 더 단순한 수학 체계 속에서 살게 된다.
즉 신이 없을 경우에라도 보다 다채로운 삶을 위해서는 최종악마를 선택지로 골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신이 있을 경우엔 이는 신의 뜻에 거스르는 것이 된다. C.S.루이스가 말했듯, 신이 존재한다면 그분에게 마땅히 사람은 순종해야 한다.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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