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젖어
여러분은 희망을 보았나요
저는 환멸을 보았네요
어두운 세상 속,
빛조차 없는 곳이 느껴져요
시계가 부서져 멈췄네요
길을 잃은 시곗바늘들이 모여 나침반이 되었어요
모든 바늘들이 누군가를 가리키고,
그 사람은 죽었네요
혐오로 잠식된 세상 위에
혐오를 혐오하는 이도 생기네요
펜로즈의 계단은 서로의 그림자만을 향하네요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면 어떨까요
한여름의 눈덩이처럼 느껴지나요
한순간의 회의감만 가득하다면
한 감정만 오래가는 걸까요
한을 품은 모두가 칼을 드니
한명
두명
세명, 이어서 죽어가네요
집에 화마가 들이치네요
모두의 혐오가 뭉쳐 타올라요
그런데 왜, 나무는 계속 생겨날까요
끝나지 않을 전쟁에 다다른 걸까요
다 다른 나무인데 전부 타오르네요
자기모순에 담긴 공통점인가요
주위가 밝아지는 걸까요
제가 어두워지는 걸까요
가랑비에 젖어가듯 혐오에 젖어가요
한 자리에서 수많은 꿈을 꾸었네요
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없을까요
모든 꿈을 불태우고 남은 재,
혐오였네요
아, 빛이 있었나요
저는 지쳐 있었네요
기나긴 어둠에 지쳐
암순응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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