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사람의 법관
*본편 무관*
14살에 죽은 한 소녀가 명부에 끌려 왔다.
소녀는 12살 때 한 남자 교사를 자신에게 성범죄했다고 무고해서 직장에서 해고되게 만들고 옥살이를 시켰다. 그 후 14살 때 음주운전하던 자동차에 치여 죽었다.
소녀는 물질화된 다차원 입방체 속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양자역학의 한 존재원리인 정보보존법칙이 괴우주에도 엄존해서 소녀는 거짓말을 할 수 없음을 알았다. 소녀가 내어 나와, 인신국 황천 상제인 하늘인간 트라무드 운능천과 마주했다. 운능천이 말했다.
“당신을 지옥으로 보내겠습니다. 당신과 같은 자는 육체만을 중시하기 마련이니, 당신의 몸을 재생시킬 것이니 비교적 혹독한 환경의 독방에 1000만 년만 갇혀 있을 것입니다.”
“대체 넌 왜 지옥 따위를 통제하고 있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막 살면 편하잖아?”
“본인도 어디까지나 사람의 법관입니다.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예수의 계명에서 멀어질수록 중책에 올리는 것은 삼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대체 왜 착한 척을 하냐고. 등처먹고 살면 얼마나 좋아?”
“이유 중 하나는 권태입니다. 진공도 할 수 있는 힘의 논리는 물론 기본적인 것이나, 서로 사랑하라는 절대자 주님의 최종 논리까지 사이엔 수많은 논리들이 존재하지요. 그 모두를 되도록 많이 겪지 않는다면 우리 세력은 더 큰 지루함을 느낄 것입니다. 밑도 끝도 없기에 상대를 많이 만들수록 영원토록 해낼 수 있는 과업인 주님의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은 삶이 곧 기도이고 예배임을 일깨웁니다. 당신에게 기회를 일정 부분 빼앗는 것은 그대가 우리 세력에 편입될 때 위험성이 있다고 증명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 간에 최대한의 간섭 가능성을 언제든 열어두어 악을 억제하는 초지능 연결사회 방식을 선호하는데 이때 당신 같은 사람은 초지능 단일체로 향하겠다는 패악을 저지릅니다. 선은 되도록 복잡함을 지향하고 이것이 타자까지 포함하는 것인 번영의 조건인데 이에 당신 같은 자를 무분별하게 허용하면 우리는 악마와 만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을 지옥으로 보내고 당신의 삶은 완전 몰입 현실의 한 방식으로 소비되게 될 것이니 이는 다른 이들과 같으며 우리에게 나름의 룰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서로의 느낌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인데,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존재를 상정하지 않으면, 모든 생명과 감각이 의미 없다는 것이 되고, 이는 곧 성경에서 예수가 절대자의 속성으로 말한 ‘산 자의 하느님’임을 즉 감정의 유신론을 부인하는 것이고, 그러면 신을 고려할 필요는 없고 자신도 타자도 가늠할 이유가 없으니 도덕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무고한 남자 교사의 기분을 소중히 다루지 않았기에 지옥에 가는 겁니다.”
저승 차사들이 와서 소녀를 지옥으로 끌고 갔다.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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