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란
주문을 잘못해서
계란이 네 판이나 도착했다.
무를 엄두는 못 내고
도착한 그대로
냉장고 이곳저곳에
계란을 놓아 두었다.
이미 냉장고는
엉망진창.
계란이 썩으면 어떡하지?
그건 그냥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냄비에 물을 받고
여스 알을 삶기로 한다.
고작 계란 삶는 일인데도
나는 시집을 하나 빼어 들고
끓는 냄비 옆에 앉았다.
시를 이만큼 읽으면 다 익을거야 했지만
책장은 넘기지도 못하고
냄비 뚜껑만 간간히 열어보면,
못난 생각만 보글보글 끓고 있다.
찬물에 식히고
이리저리 굴려 껍질을 깨기도 했지만
탐스럽게 통통해야 할 하얀 계란의 속살은
이리 패이고, 저리 쪼이고
지구로 다가오는 못생긴 운석마냥
버리고 싶게 생겼다.
그래도 소금에 찍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버리기는 아깝고,
그래도 단백질인데...
채 벗겨지지 않은 속껍질이
씹힌다.
계란이 질긴 건
처음이다.
젠장,
삶은 계란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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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올드펜스는 문학갤이 딱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