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주(赤酒)의 비애




손수 빚어낸
붉은 술이라고
어느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어
그 이름을 그냥 적주라 일컬었지
붉은 포도주라고




신들의 향연은  축제 아닌 구명 그리고 구병
포도주를 빚는 이를 달래는 사명
징치고 북치며 재는 이어지지만
신귀는 사라지지 않아



단전 아래 아무도 모르게 숨 쉬고 있는
콩알 만한 괴귀의 숨통을 끊었어야 했어


초조와 불안은 아랫 배를 타는 검은 구름과 잿덩어리
타는 달을 가리듯이 가리웠지


강림하소서 자비의 화신이여
엄마와도 같은 신이시여!
저희를 구원하소서



맹렬한 염원에
어느 다정한 전사가  
아랫 배가 아파야 한다고 속삭였어


인내를 즐기 듯 숨통 조이며
스스로의 목숨을 걸어야만 한다고




구름 뒤로 잊혀져 가는 달처럼
두 마리의 괴귀도 이윽고 사라져라
무자비한 과거도 돌아서는 시계에 묻혀라


회생하나마
억지로 살아난 자의 숙명
만물과 함께 살았어야 했어




우산을 들고 있는 비광의 그림자
우렁찬 사자와도 같이 번개도 떨궈보지만
남은 건 죽어가는 작은 것 보듬는 손 길



취해버린 비광이
머나먼 날을 꿈꿔보다,



푸른 하늘을 넘어서서 지켜보다
그 날을 향해-


오색 하늘 구름이 지상에 무지개처럼 피어날 그 때를 위해
따스한 비를 환하게 뿌려보다




그저 꿈만이 아닌 오감이 촉촉한 이 꿈에서
환영을 깨치고 일어나 행군하게 되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