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하게 피어난 솔잎에 구름은 잔혹하리만치 달라붙었다. 고통을 감내한 변모를 꿈꿨던 것일까. 고혹적인 몸체를 가로지른 자리엔 날이 선 흔적과 그 사이로 석양에 붉게물든 빗물만이 의미를 모르게 흩뿌려져 있을 뿐이었다.


여름이라 하기엔 차가운 밤공기를 이유로 난 여전히 겨울의 감각들을 입는다. 겨울철 샀던 노트, 문제집, 개념서들. 모두가 화룡점정을 꿈꿀때 난 총소리를 듣지 못한 마라토너마냥 홀로 저 끝 시발점에서 서성이고 있다.

모두가 뜬구름이라고 했다. 뜬구름. 뜬구름은 그것이 아니다. 뜬구름은 변모를 꿈꾸며 수능이란 고혹적인 몸체에 달라붙는 나 자신이다. 네번의 시도가 있었다. 네번의 실패도 있었다. 이번만큼은 다르지 않을까란 생각과 함께 발걸음을 다시 독서실로 옮긴다.

하기가 되면 청록의 잎사귀들은 속절없이 흩날릴 따름이다. 공부에 집중이 안되면 나는 일기예보를 본다. 맑은 날씨가 계속 될 것이라는 기상캐스터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앉아있으면 내 앞에 쌓인 풀리지 않은 문제들은 지평선 너머로 뻗친 바다와도 같다. 한없이 크고, 한없이 먼 존재들. 언젠가 인기있던 미국배우가 일기예보를 전하는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기상예보는 전합니다. 우리는 전부 죽을것이고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이는 그 누구도 남지 않을것이라고." 앞으로 내가 푸는 모든 문제들이 이토록 명확한 답을 가졌기를 바란다.

낙차한다. 밤 10시 집을 향해 독서실을 나서는 한 청년을 마중나온 것은 다름아닌 차의 전조등으로 반짝이는 빗줄기들이었다. 시간의 끝과 끝의 간극이 매 발걸음마다 빠르게 좁혀지는 도심에서 '사'자 직업들은 빠르게 적응한다고들 한다.
의사, 변호사, 판사... 사수생인 나는 여전히 세상의 의미를 모른채 헤매이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끝없는 비행을 가장한 추락, 그 언저리에 놓여있는 것이 아닐까.

빗물은 의미를 모르게 여기저기 흩뿌려져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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