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다가 시구라고 해도 되나 싶은데
요즘 나오는 산문시 같은거 있잔아?
형이 보기에 니들이 아는 가장 뛰어난 산문시보다 이 죽한에 나오는 소설 구절이 더 좋아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옛날엔 정신분석학을 몰라도 오이디푸스신화 같은거나 멕배드 같은 글들이 써졌거든
예술가들의 영감은 학자들의 그것보다 보통 수천년이 앞선다
왜냐믄 학자들은 그걸 앞뒤가 맞게 끼워맟춰야되거든
하지만 그 영감의 원천, 내면의 소리와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는 측면에서 예술가와 학자는 그 시작선이 동일할 수 있으나
결국 그걸 잡아내는 것은 예술가들의 몫이라서 그런 거다
죽한에 6조의 어린시절, 사실 6조란 것은 육조혜능을 비틀어놓은 것이고 그가 유리에서 삶을 이겨내는 과정을 보면 49일동안 이뤄지거던
그 6조의 가장 인간다운 면모를 묘사한 대목이 형 기억에 아마 상권 어디쯤인데
그의 어미는 배사나이들을 받는 어촌 부락의 창녀 쯤 되었고
누가 자기에 애비인지 몰라도 그 용의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침냄새가 나는 어미의 젖
그 젖에 대한 질투와 갈증
창녀의 자식이라도 돌맹이를 던지는 또래 애들을 피해 바닷가 웅덩이에 발이라도 담그면
그 찰랑거림과 부드러움에 꼬추가 불어나던 시절
사실 이것은 물과 여성과 죽음과, 결국 거기서 태어나 다시 그걸 갈구하는 자기 육체의 운명에 대한 애틋함이거던
모든 예술은 이 육체에 대한 애틋함을 가지고 있지
그리고 그 안에는 큰 힘, 대력들이 숨어있는 거다
늬들이 만약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를 읽는다면
사유라는 것은 완벽하게 우리의 일상이라는 걸 자연히 느낄텐데 말이지
거장은 무언가를 발견해내지 않는다
그냥 있는 것을 우리에 손을 잡고 그리로 잠깐 데려갈 뿐인 거야
이 소설대목의 표현력이 너무 대단해서
그래 솔직히 형에 20대를 이 책에 다 헌납했다, 읽고 또 읽고 가슴에 품고 그랬어
시간이 좀 되면 책을 꺼내 그 대목의 몇페이지, 대략 여서 일고페이지 정도 될라나 그걸 스캔해서 읽혀주고싶구만 여물을 안처먹는 소 아가리에 쑤셔넣듯이. 니들이 뭔 박참새니 김까치니 이런걸 10권 읽을 시간에 박상륭 책이나 한권 떼봐라. 마침표가 한참 뒤에 찍힌다는 점에 괴로워하지 말고 시집을 읽듯이 읽으면 이 사람이 왜 이런글을 쓴건지 알게될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