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돌아서자
보잘 것 없던 것들이 나를 덮치며
붉디붉은 화염 속으로 빠뜨리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 뜨거움 속에는 괴로움도 설움도 있었고
그 불길 속은 허우적대며 빠져나오지 못한 죄인의 감옥이다
사실 아무것도 몰랐지. 아무것도 몰랐으니 처벌을 줬지

나도 그런 죄명을 살고 수십 년,
내 피부와 뼛속이 문드러져 염라대왕 앞에서 심판을 받기 전
나도 이런 번뇌를 갖고 살아야 하는 건가
결국 나는 사람들에게 무시받고 화염 속으로 들어선다

또다른 불씨가 번진다면
누구라도 도와달라 비명을 지른다
뜨거운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며 울부짖는 저 맹수의 아성
결국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양심도 순한 심성도 불타들어가 검은 재로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