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하늘의 중심에 밝으니 만물을 비췄다.
12월 31일, 삼양(해,달,별)이 새로 열리고 새 해가 밝기 직전의 날, 
세자는 아비 잃은 슬픔을 잠시 거두고 즉위식을 치루기 위해 면복으로 갈아입었다.

하늘은 아비 잃은 세자의 마음을 모르는지 화창하기만 했다.
어쩌면 꽃과 새를 노래한 시를 좋아하는 온화한 세자의 성품 때문인지도 몰랐다.

즉위식 전일 눈이 내려 행여 즉위식 때도 눈이 올까 걱정하던 신하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창덕궁 입구 금천교 아래에 얼어붙은 물이 녹아 얼음 아래로 흘렀다.

마찬가지로 금천교 아래 조각된 해치상은 머리 위의 눈이 녹아 흐르는데도 묵묵히 악귀를 쫓고 세자를 지키기 위해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았다.

세자는 서리를 밟아 얼음이 될까 두려워하듯(시경) 조심하는 걸음걸이로 금천교를 건넜다.
금천교 왼쪽에 핀 매화를 밟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세자의 곁에서 조심스럽게 양산을 씌워주며 움직이는 환관도 함께였다.

겨울에도 피어나 절조 있는 선비를 상징하는 매화를 즉위식을 하며 밟아 죽인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금천교를 건너니 활짝열린 진선문이 보였다.
그 안에는 과연 수많은 신하들이 무릎을 꿇고 세자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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