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새빨갛게 익어가고

샛노라진 들판 위로 어느 하나의 시체가 들어선다면

그것은 아무 말도 하지 못 했기에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지내고만 있었을 뿐이었다.


설혹 그 나무 위에서 어느 한 산등성이가 마치 세상을 잡을 듯한 위세로

나를 향해 덮쳐 흐른다면, 그것은 물줄기처럼, 아니면 강물처럼

세상을 보드랍게 달려드면서도 에워쌌다.


하지만, 그 물가 사이에는 매번 그 시체가 쌓여 있었고, 

아무래도 그 강가에서는 핏물이 그 맑은 물을 점점 혼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결국 주변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자 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다 보면 나는 늙어가겠지만

여전히 아직도 저기 꿈을 잃은 사내와 노인들이 저기서 맴돌아 있었을 뿐이었다.

1년도 넘게 아니면 수 년을 기다려 여기 끝에 달려왔지만, 결국

그도 시체로 돌아서선 그 해자 앞에서 가만히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사계절이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지났다.

그리고 그 강가는 점점 깊어지고 넓어지지만,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서 뭐라 하지 못 했다. 그들은 시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