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받아 읽고
더는 나아가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예기치 않았던 약속에서
처음 보는 이와 정신없이 잠을 자고
약을 먹는 장소
또는
약도 없는 장소
기약도 없는…
곧바로 입었던 옷가지를 찢어버리고—치한처럼
역병처럼 교과서도 지난날도 찢어버리고
누구에게 맞지도 않았는데 흉터 지고
약을 먹는 장소
또는
약도 없는 장소
기약도 없는…
“…봄이 부르는 노래는 영, 시들지 않아
그러니 돌아가자, 청춘의 분수령으로
너무 큰 불행이 찾아오기 전에
불행은 적금처럼 집도 옷도 뺏으려 든단다, 그거 아니…”
요즘 웃음 짓는 까닭은 환희가 아닌 체념이고
날마다 절망도 조금씩 따라 마십니다
서로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어느 아침 버스도 지하철도 타지 않고
손을 맞잡고 영영 그리워지는
기약도 없는 장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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