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본질을 산란하고 싶다 -


이 지긋지긋한 가두리 양식장
마치 베란다 빨간대야에 배꼽 까지 밖에
차오르지 않는 시덥잖은 물속에
어린연어들이 깔깔 웃으며 세상 물정 모르듯
물장구를 치는구나.

년놈들 한대모여 알랑방구나 끼며
밀당하듯 찐득한 사랑을 노래하며
수줍게 웃고 떠들고 살을 부대끼며
지내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보기좋고
순수하나  
그 내면엔 참된 알맹이가 없구나.

조미료 잔뜩쳐놓은 사료
누가 더 많이 먹냐 내기하듯

꾸역꾸역 살점 키워
꽉찬 속살 힘껏 뽐내 수컷들을 유혹한들

양식업자 앞에선 그게 무슨 소용이리
속편하게 배 까내밀고 저항없이
내주는 삶은 연어의 본질이 아니구나.

연어의 본질은 저항이요
나에 가슴속에 새겨진 의지이자
사명이다.

이 가두리 그물망 틀 밖을 찢고 바다로 맘껏 나아가
혼신에 열정에 지쳐 죽을때까지
강을 역류하여

아주 깊고 깊은 산골짜기 아무도 모르는
깊은 곳에 나의 삶의
의미인 본질을 산란하고 싶다.


-죽고싶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던길
근처 자주가던 포차식당에
홀로 앉아 어묵우동과 소주를 주문했다

내일 쉬는 주말이라 그런지
가게는 어둔 밤 조명 화려하고 젊은
20~30대들의 들뜬 환희와 떠들썩한 대화들로
이 가게에 분위기를 시끌벅적하게 매꾸고 있었다.

아지매가 가져다준
갓 김이 모락나는 뜨근한 어묵우동
후루룩 빨며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지친 정신을  술에
기대 잠시 의지한채로

한잔 두잔 걸쳐
내 몸과 마음마저 흠뻑 취해
알딸딸해질때쯤

소주라는 친구가
답답한 마음을 털어보라며
나에게 편하게 질문을 걸어왔다

난 상기시킨 마음을 진정시킨뒤
조용히 그에게 무거웠던 내 내면에
울타리에  가뒀던 진심을
천천히 털어놓았다

눈치없고 둔감하고 굼뜨다는건
한국 현대 사회에서는 참 죄인 것 같다

군대에서든 회사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내가 해야할일들을 잘 못해

혼난 기억들만 떠오르고
민폐끼친 기억만 떠오르고

그들이 화가 나고 답답해하는 장면이
머리 속 회상되며
항상 난 가슴졸이고 불안해하는 역활만을
맡고 있다

이런 상황이 쭉 반복되니
결국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이십대 후반의 나
노력하면 다 될 줄 알았건만
쉽지않다

이리저리 데이고 낑기고 깎이고 부딪혀
내 자신을 갈고 닦아도
결국 뭔가 알수없는 태생적 한계에
부딪히는 것만 같다

마치 무거운 족쉐를 차고
마라톤 선수들과 나란히 뛰는 것 같달까

뛰어도 뛰어도 그들과 나의 간극은
뒤쳐지기만 할뿐 결코 나아지지를 않는다

열심히 뛰기만 할뿐 나의 위치는 변함이 없고
주변의 원망만 늘어날수록 죄절감은 더욱
커져가는 것 같다

한껏 술에게 의지해 마음을 털어낸뒤
정신을 차리고 보았을땐
테이블에 음식을 계산을 하고 나와
휘청휘청 집으로 가고 있었다

새벽 차가운 겨울 밤 가로등
구석에 구토를 하였고
아무도 없는 산책로 가로등 밑에
쓰러져
눈시울이 붉어지며 알 수 없이 뜨거운
눈물만이 폭포수 처럼 뚝뚝 쏟아졌다

언제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시간은 결코 나를 기다려주지않고
삶은 미친듯이 압박해온다

내가 조금 더 똑똑했다면
내가 조금 더 눈치가 있었다면
내가 조금 더 민첩했다면
이런 수모를 겪지 않았을텐데

나로 태어났다는 것이 너무 싫었고
나로 태어났다는 것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어딜가나 환영받지 못하고
어딜가나 욕을 먹는다
이도저도 못한 삶에
요즘들어 많이 한계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