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부유한 집에서 부유하게 자라진 않았습니다. 집은 제가 독립할 때까지 계속 가난했고, 엄마는 바빴습니다. 방황하는 언니는 집 밖에 있었고 집에는 항상 오래 켜두어 따뜻해진 컴퓨터와 저밖에 없었습니다. 외로운 어린 시절이 길었습니다.
공부는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장학금도 많이 탔어요.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항상 장학금을 받고 생활을 유지했습니다. 엄마한테 드렸고, 용돈을 받아 썼습니다. 가끔은 내 장학금이 왜 생활비로 쓰여야 하는지 억울했지만, 그저 시간이 지나 독립하면 내가 돈을 많이 벌어 써야겠다. 그 생각밖에 없었어요. 구겨진 천원짜리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는 것. 그런 것이 행복해서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대학교에 갔습니다. 대학 생활 동안 여러번 자살시도도 했네요. 사실 대학 시절이 잘 기억나지 않아요. 우울증 약 복용 때문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로 내 기억이 사라진 걸까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신만이 아시겠죠.
그 시절의 모든 사건 사고들은 내 탓이었습니다. 외로웠기에 방황했던 건데, 그 방황은 모두 화살이 되어 돌아왔어요. 많은 일이 있었기에 잊고싶었고, 결국 잊게되었습니다. 다행인 거겠죠. 잊었기에 살아갈 수 있는 일들도 많았으니까요.
20대 중반 졸업을 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일했고, 사실 또래중 대기업을 간 아이들 빼고 제가 제일 잘 벌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돈이 참 좋았습니다. 돈 버는 게 제일 큰 행복이었어요.
가난했던 집에 꽤나 많은 지원을 했습니다. 가족 모두 기뻤죠. 그러나 할 수 있는 만큼만 지원했기에 가족 모두를 구원할 수는 없었습니다. 10억이 있었음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원을 할 수 없는 순간부터는 가족과 멀어졌고, 많이 울었습니다.
몇 년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가족과 사이가 좋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름 잘 지내고 싶었는데, 이 구원자 병이 제 목을 조릅니다. 더 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내가 왜 이들을 모두 구원해야 하는지 억울해하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네요. 그래서 매일을 울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우는 제가 이 세상에 존재할테지요.
20대 후반이 된 지금은 삶은 점점 나아지고 있고, 먹는 것과 입는 것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20대 후반 치고 많은 돈을 벌고, 많은 돈을 씁니다. 그리고 돈을 버는 만큼 많이 일하고, 많이 울게 되었습니다. 가족에게 보험도 들어주고,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 기쁜 일이죠.
그런데 존재에 대한 의문이 많이 듭니다. 선택에 대한 방식을 건강하게 바꾸고 충동적인 결정을 하지 않을수록 상황이 나아지게 되었어요. 30대가 되면 지금보다 더 잘 될 자신감이 있습니다. 더 안정적이고 평안하게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저는 왜인지 사는 것에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되는 건지, 더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되는 건지. 아니, 이런 건 다 차치하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게 제 자신이 아닌 거 같습니다. 어린 시절의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몸을 차지한 기분이 듭니다. 사실, 진심으로 나아질 일만 남은 삶이 괴롭습니다. 배부른 소리지만. 정말 괴롭습니다. 그만 나아지고. 편해지고 싶어요. 아무 걱정 없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엔 그렇게도 벗어나고 싶었던 운명을 벗어났더니 남은 게 공허밖에 없다는 게 슬픈 밤입니다. 겨울이 지나 봄이 왔지만, 새싹이 피어나지 않는 모래 공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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