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그대여 다시 한 번 그대의 눈동자 속 나를 보고 싶소
전쟁 후 폐허가 된 이 마을에 남은 건
심장을 잃은 늙은 나의 육신 뿐
당신을 묻은 내 영혼은 포탄의 잔해 속에 함께 묻혀버렸소

그대의 불타는 눈동자를 기억하오
세상에 단 하나 뿐인 푸른 눈동자가
나를 향해 타오르고 있었음을

그대 내게 한 번 다시 말해주오
내가 찾은 폐허 속에 분명 중요한 게 있으리라고
나의 형용할 수 없는 허망함이 헛되지 않았다고
눈물로 지새운 지난 날도
더는 푸른 잔디가 존재하지 않는 이 세상도
아직 가치있다고 말해주오

모든 걸 잃은 후에야
그대를 보고싶다는 것을 용서해주오

더는 뜨거운 피가 흐르지 않는 차디 찬 나를
지층의 뜨거운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마음으로 안아주오
한 마디 한 마디 더듬거리듯 말하는 나의 입술에
그대의 붉고 부드러운 입술로 입맞춰주오

그댈 위해 우는 것은 지쳤으니
그대 곁에 내 생명을 묻어두게 해주오
오, 나의 그대여. 나의 타오르는 생명을 거둬주오
얼음장처럼 차갑고 긴 생을 끝내주오

그대 없는 이 세상은
더는 내가 지낼 곳이 아니란 걸
당신은 그리도 잘 알고 있지 않소
오, 나의 그대여.
내가 그대 곁에 도달함에 노여워 말길.
오, 나의 그대여.
그대도 기억하길.

푸른 잔디와 눈물의 밤은 가치있다 기억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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