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가 한 손 가득 햇볕을 치켜들자
다람쥐가 나무의 핏줄을 찾아 더듬는다

뿌리부터 올라왔지만
이미 가지 사이에도 피는 흥건하다

가을이 뿌려놓은 잎들을 고대로 모셔서
저녁의 겨울에 온전히 데려온 노을이 장하다

저녁, 사람들이 서서히 완만히 조금씩 부리나케 지나칠 때쯤
나무는 기지개를 한 번 켜고 이파리를 떨어뜨릴 준비를 한다

일 년을 참아온 기지개에 서투르게 움직이던
아기 다람쥐가 땅바닥으로 내몰리고 그 충격으로
글을 못 쓰는 바보가 됐다

읽을 줄은 알 거라고 하며 낙엽에 쓰여있는 글자도
다람쥐는 읽지 못하고 서서히 잠에 든다

뿌리부터 올라온 피를 너무 흘렸음을,
다람쥐는 나무에 붙어 살고, 노을은 가지에 붙어 산다
이파리에 붙어 살던 구름은 서서히 내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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