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아픔을 겪으며 목 놓아 흐느낀다.

흐르는 눈물이 연기임을 알면서도 마음은 어느새 그들에게 동화된다.


책 속에서도 슬픈 장면의 눈물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글로 전달되는 슬픔은 마치 내 슬픔처럼 느껴져,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흐느껴야 할 것만 같다.


내 안에 깊이 잠들어 있던 감정을 꺼내본 게 언제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가상의 주인공들이 흐느껴 울 때마다 그들의 아픔을 공감했지만,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부러웠다.


사막에 폭우가 내려도 며칠 지나면 언제 물을 머금었는지조차 모를 만큼 다시 메마르듯이,

내 감정도 고여 있다가 잠깐의 파동을 일으키고는 금세 잔잔해진다.


울고 싶었다. 아니, 울어보고 싶었다.

방 한구석에 쭈그려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세상은 원래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며 외로움이 담긴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누군가의 품에 꼭 안겨 온기를 느끼며, 슬픔과 안도감을 함께 쏟아내는 눈물도 좋겠다.

술 한 잔에 취해 알코올 향을 머금은 채 흐르는 눈물도 괜찮다.

가장 소중했던 연인에게 예상치 못한 이별을 통보받고,

더는 함께할 수 없다는 상실감 속에서 흘리는 눈물도 좋다.


그저 울고 싶었다.

남들이라면 울음을 터트릴 일을 겪고도, 내 감정은 미동조차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무엇이 내 눈물샘을 외롭고 쓸쓸하며 차가운 독방에 가뒀는지 알 수 없었다.


눈물이 나지 않는 것을 알기에,

나는 눈에서 흐르는 물 대신 다른 것을 선택했다.


글이다.

눈물은 짭짤하면서도 나오기 전까지 체온을 담아 미지근하지만,

글은 온도도, 맛도 없다.

그저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내 글이 나의 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