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하구나, 순수하구나, 모든 것들이 다 흩날리는구나, 모든 격동도그에 따른 고통도, 모조리 말끔히 없애는 저 희뿌연한 산아. 나는 어느덧 이 들판으로 넘어선다면 순수한 너를 좋아하겠지. 그래 생각없이 울울창창한 산들이여, 보드랗게 받아들이는 샛노란 하늘이여. 매끄럽도다

그래, 모든 것들은 다 순수히 사라지겠지. 나의 이름도, 나의 옷깃도, 소중하던 그대의 입맞춤도, 서서히 말끔히 어느 순간 덧없는 기억으로 흘러보낸다면, 난 차라리 아무 의미도 없이 저 산들에 가서 그저 익혀져 가는 어느 한 시체처럼 땅 속에 묻혀지길 바래.

어느덧 난 그저 땅 속에 묻혀진다면, 고통도 없어지고, 슬픔도 없지. 욕심도 그저 어느덧 대자대비한 부처처럼 될 수 없다 해도 난 눈바람, 비바람 맞으면서 그저 살얼음 띄는 어느 한 언덕으로 날 내버려두겠지만

난 이제 어느덧 사람조차 아닐 거야. 난 이제 누구도 알 수 없는 존재란 말야, 그저 난 이렇게 무감각하게 있을거면 난 차라리 죽었으면 한단 말야. 나한테 의미도 주지 않으면 왜 날 이리 놔둔거야.

이제 난 근데 그게 무서웠을 뿐이야. 왜 이딴 쓸모없는 인생을 가지게 해놓고선 날 그저 숨쉬게 한 거야. 이 조용한 지옥에서 말야

그렇게 숨을 거두고 싶을 뿐이야. 배운 거 다 덧없어 모조리 다 쓸모없어. 난

그저 산에 들어가서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싶어도

저기 저 희망 하나가 날 자꾸 쫓아와

편안히 살지 못 하게 하잖아

너무하잖아 이건

왜 이렇게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