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정벌레


여기, 이름 모를 딱정벌레가 하나 있다.


기나긴 세월을 나무껍질속에서 기다리고

무거운 등껍질을 메고 세상으로 나온다.


터덜터덜 힘없이 걷는 그의 발걸음은

겨울날 지는 차갑고 어두운 태양과 같다.


고향 친구 모두 잊고 살아가는 인생

비가 오는 진흙 길을 걸어가는 하루


모든 게 의미없다 생각될때쯤

높은 산에 올라가 뛰어 내린다


그제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등껍질 속에는 뜨겁고 밝은 날개가 숨어 있었음을.


그제서야 비로소 보인다,

좁디좁은 이 세상은 자신을 담을 수 없었음을.


이미 아무도 그를 볼 수 없지만

태양에 닿도록 더 높이 날갯짓한다.


저기, 이름 모를 딱정벌레가 하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