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하여 적은 시


시를 적어야 한다는
의무라도 내게 부여된 걸까
시는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지침이라도 내려받은 걸까

시가 생각나지 아니하는 하루
나는 시가 생각나게 해 달라고
나의 뮤즈에게 빌고 또 빌었다

어린 시절의 감성은
마음에 칠해 보는 알록달록한
하늘 땅 물감놀이 같았고
언젠가는 머리 속에
멀고 가까운 역사의 인물들이
말을 타고서 연기처럼 사라져 갔다

철학이 읽히지 않는 날
역사를 읽으면 되지 않는가
역사가 읽히지 아니하면
시작을 구걸해 보면 되지 않는가

얼마 되지 아니한 나의 독서편력에
시가 들어선 자리는 너무나도 좁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