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어쩐지 길에서 우산을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려던 걸까? 잘 모르겠지만, 비도 오지 않고 우산도 없었다. 그냥 그런 날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걷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 나도 몰랐다. 길이 길어서 그냥 길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이는데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쩌면 한 번쯤 물어봐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뭐였을까? 내가 알고 싶었던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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